[사람과 기업]그녀가 `브랜드`다

‘여자는 기계와 친하지 않다’는 선입견을 깨버린 TV홈쇼핑 업계의 ‘개척자’들이 있다.

CJ홈쇼핑의 홍나연(31)과 LG홈쇼핑의 김민정(30) 쇼핑호스트. 이들은 TV홈쇼핑이 막 자리를 잡아가던 지난 98, 99년 남성들의 고유 영역이었던 ‘가전·IT 전문 쇼핑호스트’ 분야에 진출,5∼6년 만에 독보적인 자리에 올라섰다.

TV홈쇼핑의 주고객인 주부 층들에게 같은 여성 입장에서 IT와 가전제품의 기능을 이해가 쉽도록 설명하고 복잡한 디지털 전자제품들도 최대한 간결하게 소개하는 것이 강점. 웬만한 남성 쇼핑호스트에 비해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 방송인이라는 화려한 외형의 이면에는 1년 365일 끊임없이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새로운 정보 습득에 앞장선다. 이런 이유로 그들에게서 ‘자부심’이 묻어난다.

◇선입견을 깨버려라= 두 사람의 가전·IT 전문 쇼핑호스트 입문 과정은 ‘우연’이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홍 쇼호스트는 마케팅 업무에 지원했다가 사장과의 면접 자리에서 쇼호스트 업무를 제안받아 진로를 바꾼 경우. 가전·IT 부문 방송을 남자 선배와 같이 진행하는 동안 보조역할에 그치는 것에 ‘울컥(?)’해 독자적으로 해보겠다고 결심한게 계기가 돼 지금은 가전팀장까지 맞게됐다. “주위의 우려가 많았으나 사장님이 ‘똘망똘망하니 기회를 줘보자’라고 얘기해 담당을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 쇼핑호스트는 신입교육을 마쳤을 때 마침 가전·IT 전문 쇼핑호스트가 없었고 특별히 남성 후보자가 없는 상태에서 지원한 케이스. “초기에 PD, MD 등이 ‘신입인데다 심지어 여자가 고가 가전 제품 방송을 할 수 있겠느냐’며 반발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길거리에서 이들의 목소리만 듣고도 알아볼 정도로 골수팬들이 생겼다. 반대했던 남성 스텝들도 선입견을 버렸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쇼핑호스트들 사이에서는 ‘가전·IT 전문’는 가장 꺼리는 분야다. 그만큼 이들이 겪은 선입견과 고충은 만만치 않았다.

◇화려함 뒤엔 피나는 노력= 두 사람은 인기직종의 하나로 꼽히는 쇼핑호스트가 TV드라마나 영화에서 화려하게만 비치는 것이 불만이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가전·IT 제품들을 소개하는 방송은 앵무새처럼 기능만 설명할 경우 ‘똑똑해진’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없다.

“TV홈쇼핑에서 이제 ‘충동구매’는 사라졌다. 시청자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계속 습득하고 있어 가볍게 생각하고 방송에 임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김 쇼핑호스트는 ‘평소에 꾸준히 준비하는 것’이 최대 요령이라고 강조했다.

홍 쇼호스트도 “초기에는 업체가 제공하는 정보로 충분했으나 장기간 마케팅과 신기술이 접목되면서 수시로 업체 방문과 교육, 시장조사 등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년간의 경험으로 무장해도 매번 어려운 것이 이 분야. 두 사람은 “올해는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를 소화하는 게 쉽지 않았으며 트렌드 맞추기도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의 급변도 이들을 힘들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올해 에어컨 판매가 애초 예상보다 크게 부진해 앞으로는 국내외 가전 동향을 수시로 점검해 방송에 접목시켜나갈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기혼일수록 대접받는 직업= 이들의 직업 만족도는 ‘100점’이다. 올해 디지털카메라 붐 조성에 일조하는 등 이제는 당당한 ‘IT문화 전도사’라는 자부심이 있다. 게다가 결혼 이후에 더 인정받는 직업이라 흡족해한다. 4살배기 아들을 방송 모델로 같이 출연시키는 홍 쇼호스트는 “연수가 깊어 갈수록 고객이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며 “그동안 많이 능글맞아진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김 쇼핑호스트는 “미혼이 최대 약점”이라며 “좋은 배필을 만나 여유로운 쇼핑호스트가 되는 게 내년 계획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개인적인 발전에 쏟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홍 쇼호스트는 동료와 결성한 ‘좋은방송 연합회’에 PD와 방송스텝까지 동참시켜 내년에는 모든 작업을 메뉴얼화할 계획이다. 김 쇼핑호스트는 체계적인 마케팅 교육을 받기 위해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들은 몸담고 있는 TV홈쇼핑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도 높다. “오프라인 가전유통 채널이 다변화되고 규모가 확대되고 있으나 TV홈쇼핑은 ‘친숙한 쇼핑’이라는 강점을 통해 계속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

◆ 홍나연 (CJ홈쇼핑 쇼호스트)

- 1972년생

- 1998년 입문

- 현대상선 마케팅팀, 홍보대행사 PR매니저, 관광엑스포 행사 진행, 백화점 경매진행 경력

◆김민정 (LG홈쇼핑 쇼핑호스트)

- 1973년생

- 1999년 입문

- 매일경제TV, 재능스스로방송, CJB청주방송 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