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컴퓨팅업체들의 서버 총판업체 재정비 작업이 연쇄반응처럼 일어나고 있다. 한국IBM이 전략적 파트너사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선언한 가운데, 영업력 확대와 부실 파트너사 정리가 절실한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총판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하려는 한국후지쯔의 서버 유통 전략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올초 IBM 사태가 소매유통(리셀러) 부문의 유통 질서를 재편하는 신호탄이 됐다면, 이번에는 IBM의 공인조립업체 프로그램(AAP) 모델 도입에 따른 도미노 때문에 서버 유통망의 판도가 새롭게 짜여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IBM, 소수 정예부대=한국IBM은 내년 AAP 가동을 앞두고 유닉스 서버 디스트리뷰터를 4개에서 2개로 줄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정보통신·LG엔시스·SK네트웍스·하이트론 등 기존 4개 총판체제에서 국내 AAP업체로 선정된 코오롱정보통신과 공공기관 등 그룹외 사이트에서도 탄탄한 영업실적을 보여 온 LG엔시스 등 이원 체제로 바뀌게 된다.
이와 관련, 한국IBM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서버 유통업계에서는 “2개 총판에 대해서 가격 등에서도 차별화를 보장해 주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원 체제로 정비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IA 서버나 스토리지 전문 총판도 복수가 아닌 단독으로 가는 방안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분기 이후 LG엔시스가 제2의 AAP사업을 선택하게 될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한국IBM으로부터 서버유통(SP1)을 제안받은 한 업체는 “AAP 등 유통 이슈들이 올초 시작된 한국IBM의 파트너사 정리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채널수가 절반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썬, 후지쯔는 총판 확대=한국썬과 한국후지쯔가 총판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서버 유통의 새판 짜기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썬(대표 유원식)은 최근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대표 류필구)과 새롭게 총판 계약(CDP 채널개발파트너)을 했다. SK네트웍스, LG엔시스, 제이씨현으로 이뤄진 기존 CDP 채널을 4개사로 확대해 영업력을 넓힌 이후 채널사들을 재정비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효성이 CDP 하위조직인 SP(System Provider)로서 이미 썬 유통 물량의 4위 입지를 확보하고 있던 점을 들어 3위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효성이 자사 스토리지 유통채널을 한국썬의 VPSP(Volume Product System Provider)로 대거 육성키로 해 썬 하위 유통 채널은 더욱 큰 변화에 휩싸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썬이 야심차게 발표한 솔라리스10 출시와 맞물려 또 다른 유통 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국후지쯔(대표 윤영철)는 그동안 SI업체를 통해 영업과 직판을 해온 것에서 탈피해 서버 전문 유통업체를 이용한 총판 체제 구축에 나선다. 이를 위해 한국후지쯔는 유닉스서버인 프라임파워 서버 총판업체 3∼4곳과 접촉중이며, 이 가운데 2곳은 한국썬과 IBM 등의 기존 서버유통업체 중 규모가 있는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HP도 채널사 늘린다=한국HP는 ‘정중동’의 모습이다. 정경원 한국HP 상무는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없으나 채널을 늘리려 하고 있다”면서 IBM 등 경쟁사로부터 떨어져 나온 유수 유통사를 HP 유통사로 끌어들일 것임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AAP프로그램으로 인해 한국HP와 코오롱정보통신의 관계는 소원해지는 반면, SK네트워크와는 SK텔레콤 NGM 프로젝트 수주 등으로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총판(홀세일러) 아래 유통조직(BAR)에 속한 LG엔시스가 한국HP 엔터프라이즈 서버 유통 총판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한국HP가 LG엔시스의 프로모션을 단순 지원하는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HP 관계자는 “채널사의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비즈니스 기여도가 높은 채널사에 마진을 높게 챙겨주는 프로그램을 마련, 로열 채널사들을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하기자·류현정기자@전자신문, yhpark·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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