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PC업체인 레노보가 세계 시장을 향한 깃발을 우뚝 세웠다.
레노보는 8일 IBM의 PC사업부문을 인수하기로 IBM과 합의함으로써 진정한 글로벌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이번 레노보의 IBM PC사업 인수는 국내 PC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IBM은 국내 PC사업과 관련해 LG전자와 이미 분리를 결정한 데 이어 이번 인수 건이 터져나와 IBM의 한국 내 PC사업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합의 내용=이번 계약이 완료되면 IBM은 최소 6억5000만달러의 현금과 6억달러 상당의 레노보 그룹 보통주를 획득하게 된다. 3년간의 권리행사 보류기간이 지나면 IBM은 레노보의 2대 주주로서 18.9%의 지분을 갖게 된다. 또한 레노보는 5억달러 상당의 채무부담을 지게 된다.
양사 간 합의를 통해 IBM은 레노보의 전세계 서비스 및 파이낸싱 분야의 우선 공급자가 된다. 이를 위해 IBM은 레노보에 자사 PC 전문가 및 전문 판매인력, 온라인 영업채널, 마케팅 및 수요 촉진을 위한 각종 지원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IBM은 PC사업부문을 레노보에 넘김으로써 컴퓨터 서비스, SW, 서버 컴퓨터, 스토리지, 컴퓨터 칩 등 이윤이 높은 사업부문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레노보는 총 1만명 규모의 IBM PC 직원들을 중국(40% 이상)과 미국(25% 이하) 등지에 재배치할 계획이다. 이들 대다수는 제품 디자이너, 마케팅 담당자, 판매 전문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PC시장에 미치는 영향=IDC에 따르면 레노보는 지난해 일본을 제외한 아태지역 PC시장에서 점유율 12.6%로 1위를 차지했지만 전세계 PC시장 점유율은 8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레노보의 IBM PC사업부문 인수가 완료되면 기존보다 4배 큰 PC사업조직을 갖추게 되며 매출 규모 120억달러, 연간 판매대수 1190만대에 이르는 대형 PC업체로 탈바꿈된다. 또 세계 PC시장 8위에서 3위로 단숨에 5계단 뛰어오르게 된다.
세계 PC시장은 현재 델(16.8%), HP(15.0%), IBM(5.6%), 후지쯔/후지쯔지멘스(3.6%), 도시바(3.4%) 등이 톱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레노보의 IBM PC사업부문 인수가 완료될 경우 1, 2위와의 격차가 현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레노보가 중국 최대의 PC업체로서 브랜드 인지도가 매우 높고 중국 PC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 이번 인수를 통해 IBM의 유통망과 서비스 및 브랜드 인지도의 이점을 누릴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세계 PC시장의 구도를 뒤흔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PC시장에 미치는 영향=레노보가 IBM PC사업을 인수하면서 IBM의 ‘씽크’ 브랜드를 유지하지만 지역별 사업과 관련해선 개별적으로 계약을 따로 할 방침이라고 밝혀 자칫 한국에서 PC사업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한국의 PC사업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사업 중단’ 같은 극한 상황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스템·서버 등 주로 기업 시장을 겨냥한 IBM 하드웨어 제품 라인군에서 최종 단말로 노트북 ‘씽크패드’가 필수적이며 IT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장 점유율도 비록 10% 미만이지만 이미 중상위 수준을 넘어서는데다 소비자 시장에서 씽크패드 자체의 브랜드 인지도도 상당하다.
하지만 레노보가 새롭게 한국에서 PC사업을 재기한다고 해도 분사·인수합병 여파에 따른 애프터서비스 공백과 유통 채널 이탈 등의 문제로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IBM은 PC사업과 관련, LG IBM 당시 점유율이 22% 정도였으며 이 중 LG전자를 제외한 IBM 만의 점유율은 대략 6∼7% 수준을 유지해 왔으며 최근 분사를 앞두고 새롭게 조직을 정비한 상황이다.
강병준·정소영기자@전자신문, bjkang·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