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과 차 한잔]LG CNS 유영민 부사장

유영민(54) LG CNS 부사장(사업지원본부)을 얘기할 땐 으레 따라붙는 말이 있다. ‘국내 CIO 1세대’.

CIO라는 개념의 등장은 IT가 공급자가 아닌 사용자, 또는 수요처 중심으로 시각이 교정되는 첫걸음이 떼어진 시기이기도 하다. 사용자 중심의 IT는 IT가 기술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비즈니스 문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함을 의미한다.

79년 LG전자 전산실로 입사해 96년 CIO 직책으로 임원이 된 유 부사장은 당시 역할을 회고하며 “흔히 IT하면 고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냥 비즈니스적인 생존 문제일 뿐”이라고 말한다.

유 부사장의 이런 말은 현업의 경험에서 나온다. LG전자가 애플의 ‘아이맥’ PC를 전량 납품할 때다. 그들의 요구사항은 별도 주문이 없다는 것. 달라스, 토론토에 있는 물류 창고에서 필요한 만큼 제품을 가져갈 테니 알아서 채우라는 식이다. 결국, 부품 조달부터 생산, 유통, 창고 관리까지 전 과정을 어떻게 최적화하느냐가 사업 성공으로 직결되니 IT가 단순 지원 개념에 머물 수 없다.

유 부사장은 “이런 상황은 미래 사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라고 말한다. LG전자가 거래하는 월마트에서 RFID 부착을 의무화했다는 것은 RFID 성공 여부 혹은 필요성 논의를 무색하게 한다. 이처럼 ‘생존 문제’로 연결되는 IT를 두고 ‘겉멋’을 부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986년 당시, LG CNS의 전신인 LG-EDS가 출범하면서 전산실 동료 대부분 옮겨갔지만 유 부사장은 작년까지도 남아 ‘갑’으로서 ‘카운트 파트너’인 LG CNS를 상대했다. 업무혁신팀을 이끌며 LG전자 변화의 최전선에 섰던 유 부사장은 올 초 LG CNS로 ‘뒤늦게’ 합류해 이제는 기업 정보화를 최전선에서 지원하는 서비스 업체로서 LG CNS에서 제 2의 ‘을’의 인생을 펼치고 있다.

유 부사장은 새로운 1년의 적응 기간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직원들에게 갑 같은 을이 되라”라는 주문을 수시로 한다고 말한다. 아닌 것과 틀린 것을 말할 줄 아는 당당함을 갖추라는 것이다.

유 부사장의 이런 자신감은 비단 오랜 갑의 경험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26년간 한 우물을 파면서 갖게 된 ‘전문성과 정직함’을 믿기 때문이다. “머리가 흴 때까지 전문가로서 ‘칼’을 계속 가는 정진을 게을리하지 않고, 한 눈 팔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투명하고 정직한 사람으로서 당당해 질 수 있지 않느냐”는 것.

유 부사장은 내년부터 인제대 시스템공학 학생들에게 강의도 한다. 투박한 부산 사투리 말투지만 한번 본 직원들은 어느 장소에서 어떻게 만났는지를 모두 기억하는 섬세함이 있다. 가족들을 더 많이 돌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라는 유 부사장은 그래도 ‘청년 CIO’로서 국내 IT 산업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이 남아있음도 잘 알고 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