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에는 도전이 있다. 새로운 문화 충격이 될 휴대이동방송의 출발점,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센터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방송이 휴대폰 안에 들어가면 어떤 문화적·사회적 변화를 일으킬지 예측키 어렵다.
애초 일본 이동통신사업자인 J-폰(지금은 보다폰)이 처음 카메라를 휴대폰에 집어넣었을때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러나 카메라폰은 지금 전세계 국가들의 법과 문화는 물론, 관습까지 변화시킨다. 방송이 카메라의 힘을 넘어설 수 있을까. 성수동 위성DMB센터는 차분하게 준비를 마치고 변화의 바람을 기다린다.
성수동 방송센터가 임대해 들어간 8층짜리 SK텔레콤 건물. 동행한 허재영 티유미디어 과장은 “SK텔레콤의 네이트 등 주요 서버들이 집결됐다”고 귀띔했다. 꼭대기 층이 위성DMB센터다.
입구엔 3만 6000Km 상공에 떠있는 위성DMB 위성체 ‘한(한에서 ㅏ는 아래아를 씁니다)별’을 24대 1로 축소한 모형이 자리잡았다. 기술본부의 이서림 과장은 “실제 안테나의 직경은 12미터”라고 설명했다.
방송센터는 방송과 위성을 관리하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우선 주조정실(중앙제어실). 위성DMB의 모든 방송콘텐츠를 관리한다. 위성DMB는 PP(콘텐츠프로바이더)로부터 광케이블로 콘텐츠를 받아 위성으로 쏘아올리고 다시 위성이 각 단말기와 중계기(갭필러)로 송출하는 방식이다. 주조정실에선 PP에서 들어온 영상은 물론 위성에서 내려온 영상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지금은 비디오채널 12개가 한쪽 벽면을 메웠다.
이서림 과장은 “5월 실험방송 시작 이후 한번도 끊긴 적 없다”고 설명했다. 옆 방은 엔지니어링룸. 방송 프로그램 관리는 물론, 암호화 시스템 관리, 채널당 데이터량 관리 등을 맡는다.
여기까지 다른 방송센터와 차이가 없다. 엔지니어링룸 한켠에 놓인 장비 5대가 위성DMB를 설명하는 열쇠다. 2대에 60억원하는 위성관리시스템은 ‘한(아래아)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내준다. 위성체 상태 확인은 위성방송의 중대 업무다.
또 관심을 끄는 장비가 갭필러 관리 시스템이다. 바로 휴대폰에서 방송수신을 가능케하는 핵심인 갭필러를 관리한다. 화면에는 전국에 구축된 4700개 갭필러의 상태를 모두 볼 수 있다. ‘반포’라는 아이콘은 녹색. 즉, 반포에서 휴대폰으로 방송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불통은 파란색. 화면에는 불통율 3.4%로 떠있다. 이 과장은 “갭필러의 위치 등을 주변 환경에 맞춰 최적화하기 위해 방향 조정 등을 실시 중”이라고 말했다.
화면을 뒤덮은 녹색 아이콘들은 이제 위성DMB가 ‘레디’임을 말해준다.
옥상에는 직경 9.2미터짜리 안테나가 있다. 여기서 위성으로 방송을 쏘아올린다. 3만6000Km상공의 위성에 신호를 보내려면 68데시벨와트(dBW)의 출력이 필요하다고 이 과장은 설명해 준다. 옥상 중앙에 설치된 콘테이너 안에 들어가보니 고출력을 위해 증폭기가 쉴새없이 돈다.
이서림 과장은 “위성DMB를 위한 위성 스펙 작업을 내 손으로 했다”며 “휴대이동방송용 위성 스펙을 해본 엔지니어는 전세계에서 나를 포함해 세 명”이라고 말했다. “엔지니어로서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위성DMB 본 방송을 위한 시스템 준비는 끝났지만 위성DMB 서비스는 방송위의 ‘지상파재전송 보류’ 방침으로 흔들리는 상황.
돌아오는 길은 퇴근길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위성DMB센터의 엔지니어가 떠오른다. 길을 잘 닦아놓고 차도 만들었는데 왜 출발을 안하냐는 그들에게 뭐라 말해줘야 할까.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