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조직을 파악하고 정비하는 중입니다. 새로운 ‘패턴’을 만드는 작업은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있지만, 내년부터는 올해보다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국내 최대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의 대표를 역임한 박병재 회장이 현대정보기술의 신임 대표로 부임한 지 9개여월. 환갑을 넘긴 나이의 박 회장에게 올 한해는 ‘탐색과 변화, 영업 기반 다지기’ 등 그야말로 기업의 기본 틀을 만드는 첫 작업을 다시 수행한 시간이었다.
“단순한 게 진실할 때가 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복잡한 것은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죠.”
현대차 최연소 임원 등재, 공장장, 해외 현지사장과 대표이사까지, 36년간 국내 최대 장치산업인 자동차 업종에서 쌓은 이런 경험을 어떻게 살리느냐는 질문에 대한 박 회장의 답은 이처럼 ‘단순’했다. 박 회장이 지적한 복잡성은 결국 조직과 산업이 처한 부조리를 다르게 표현한 의미인 셈이다.
박 회장이 주문한 단순화가 회사 내 업무 처리와 프로세스를 간결하게 함으로써 조직 운영이 ‘청명(淸明)’해 질 수 있도록 하는 일로 이어졌을 것은 불 보듯 당연하다. 영업 사원의 ‘의지’로 양해가 됐던 무모한 프로젝트 추진이 금지되고, 영업사원의 정보 공개와 공유를 높여 조직적으로 해결토록 했다. 매출 부풀리기 작업도 일체 금지됐다. 박 회장은 이 모든 것이 문화로 정착돼 자연스럽게 수용될 때까지 여전히 계속돼야한다고 말한다.
“윤리경영 선포는 선포 자체의 의미 이상이 아니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그런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게 박 회장의 철학이다.
박 회장은 회사가 ‘본격’ 움직이게 될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에 한창이다. 4000억 원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올 매출을 두 자릿수 성장시키는 사업 방향을 잡고 있지만 매출 규모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은 최근 대기업들의 변화를 빗대 “업종 전문화가 더 나은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지 않냐”는 답으로 ‘선택과 집중’ 의지를 나타냈다.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한 사업 확장과 금융 사업 집중, 현대 관계사에 대한 시스템 구축 경험 및 솔루션을 패키지화해 현대라는 브랜드가 살아 있는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선택 포인트다.
프로젝트 매니저 임명 시 “자동차를 만들 때 그 차를 타는 나와 내 가족을 생각해야 하듯이 시스템 구축 작업 역시 사용 결과는 항상 나한테 돌아온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강조한다는 박 회장은 “사업은 기본이 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진실을 다시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