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프로젝터 시장을 주도해왔던 렌즈투과(LCD) 진영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HP·미쓰비시·카시오·벤큐 등 후발업체가 렌즈반사(DLP) 방식으로 제품 라인업을 새로 갖추고 공격 마케팅의 고삐를 죄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DLP 방식이 LCD에 비해 점유율은 낮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빠른 속도로 성장, LCD 방식 제품으로 시장을 과점했던 히타치와 엡슨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프로젝터 업계에서는 LCD와 DLP 제품의 점유율이 올해 8대2 수준에서 내년 7대3, 이어 2, 3년 내에 5대5 정도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DLP 진영 총 공세=히타치와 엡슨의 LCD 제품에 가려 빛을 못 봤던 DLP 제품이 서서히 주목받고 있다. 주요 업체가 잇달아 가격을 내리고 LCD에 버금가는 제품 라인업을 갖추면서 시장 점유율도 꾸준하게 상승하는 상황이다. DLP 방식으로 국내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대만계 IT기업 벤큐는 이달 중순 100만원 초반대의 새 모델을 국내 시장에 소개할 계획이다. 가정용 시장을 겨냥한 이 제품은 100만원대 보급형 모델로는 드물게 5단 컬러 휠 기능을 지원해 훨씬 선명한 화면을 보여준다. 벤큐는 이 제품 출시로 3000 안시 루멘에서 1000 안시 루멘까지 7개 DLP 모델을 갖추게 됐다. 한국HP도 가정용과 휴대형 시장을 겨냥해 DLP 방식 3개 모델을 추가했다. 카시오도 무상 보증 기간을 2년으로 늘렸으며 미쓰비시도 제품 라인업을 DLP 중심으로 크게 강화했다.
벤큐 최종성 부장은 “LCD 방식은 패널 노후 현상이 심해 2∼3년에 한 번씩 교체해 주어야 한다” 며 “반면 DLP 방식은 반영구적이며 LCD에 비해 보다 선명한 이미지를 제공하는데다 최근 가격이 크게 하락해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DLP 방식은 조달 시장에서도 크게 선전해 지난해 7%대에서 올해 10%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흔들리는 선두업체의 ‘아성’=DLP 제품 수요가 꾸준하게 늘면서 LCD 제품을 취급했던 업체는 크게 긴장하고 있다. 사실 국내 프로젝터 시장은 조달 등 공공수요까지 합쳐 LCD 방식을 주력으로 히타치(신도시스템)와 엡슨(한국엡손) 두 업체가 40%대를 과점해 왔다. 이들은 지금까지는 LCD 제품의 시장 우위를 자신하지만 DLP 방식에 대한 견제를 늦추지 않고 있다.
신도시스템 이경열 팀장은 “DLP가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시장 추이를 더 지켜 보고 DLP 제품 라인업을 갖춰도 늦지 않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엡슨 측도 “여전히 LCD는 DLP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은데다 가격 대비 색 표현력 등의 성능이 우수해 당분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두 업체의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점유율 1위를 지켜 왔던 히타치 제품은 올해 처음으로 20% 이하로, 엡슨도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망=올해 국내 프로젝터 시장은 지난해 2000억원 규모에서 25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규 시장의 하나로 떠오른 가정용 프로젝트도 올해 10% 수준에서 내년에 20% 성장하는 등 3년 내에 전체 시장에서 40%까지 차지할 전망이다. 특히 주요 업체가 DLP 방식 가정용 프로젝터를 잇달아 출시하고 전체 프로젝터 시장의 35%에 달하는 정부 조달 시장에서 DLP 프로젝터가 선전해 DLP 시장에 점차 활기가 돌고 있다. 게다가 DLP 진영은 지난 4월 프로젝터 사업을 중단한 후지쯔의 ‘반사 이익’까지 본 것으로 집계돼 히타치와 엡슨의 ‘과점 체제’는 더욱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