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공기청정기 인증 기관인 한국공기청정기협회가 최근 잇따른 업무 미숙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다르면 한국공기청정기협회(회장 손장열)는 최근 시료 제품이 충분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한국기계연구원과 오존 측정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앞서 지난달에는 협회의 인증을 받은 공기청정기가 한국소비자보호원 조사 결과, 표시와 실제 성능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공기청정기협회는 지난 9일 시중에 판매 중인 음이온 발생기를 한국기계연구원에 의뢰해 오존 발생량을 측정, 발표했다. 그 결과 이들 제품에서 오존 기준치인 0.05ppm보다 2∼7배까지 많은 양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 시료로 사용된 제품들은 각각 한 대씩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소보원 조사에서 공기청정기 성능 테스트 시료가 1대씩이어서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실험이 부족했던 게 아니냐고 아쉬워했던 협회가 똑같이 그런 것이다. 또 협회는 음이온 발생기는 KS규격에 명시된 공기청정기가 아니기 때문에 인증을 테스트할 제품이 아니고 조사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곳이었다. 협회에 따르면 공기청정기는 송풍 장치 등이 있어야 하는데 음이온 발생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달 소보원 파장이 정리되는 찰나 협회가 이 같은 실험을 진행하자 회원사들인 공기청정기 업체들은 곤욕스러워하고 있다.
한 공기청정기 업체 관계자는 “음이온 발생기는 관여하지 않는 협회가 왜 이번에 이런 실험을 한 지 모르겠다”며 “의도야 어떻게 됐든 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일이 생겨 소비자들의 오해가 커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정보를 정확히 공개해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말아야 하는데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기청정기협회 관계자는 “이번 대상이 공기청정기처럼 판매되는 음이온 발생기였는데 잘못 전달된 측면이 있다”며 “제품명, 제조사명 등을 밝히라는 요구가 있지만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협회 측은 음이온 발생기가 집진율이나 탈취율, 오존 농도를 기준에 맞출 수가 없기 때문에 인증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혀 음이온 발생기만 오존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반 공기청정기에서도 오존은 발생한다. 다만 오존의 양이 기준치인 0.05ppm 초과 여부가 핵심인 것이다.
국내에서 유일한 공기청정기의 성능 검사가 민간 자율로 한국공기청정기협회에서 이뤄지다 보니 대형 공기청정기 등은 성능 검사에서 제외되는 등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