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고 느끼면서 배우는 과학기술센터!’
국내 주요 인사들에게 “우리 과학관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마치 미리 입이라도 맞춘 듯 “과학기술센터”라는 대답이 이어졌다. 과거의 과학관은 역사(history)와 문화재(과학창조물)를 보여주는데 그쳤지만 현재와 미래에는 ‘현대화된 시설의 놀이·활동공간(센터)’이 되어야 한다는 것.
과학센터가 국가 기초과학진흥의 뿌리라는 점에서도 이견이 없었다. 그래서 국회의원은 과학관 예산증액을 위해 목청을 높이고, 과학관 관리자들은 선진 과학관을 구현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과학기술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선진 과학기술센터란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유승희 국회의원(열린우리당)=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찾아와 하루 종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공룡에 대한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첨단정보통신, 우주로까지 자연스럽게 연계해낼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 생활공간 속으로 과학관을 밀어넣어야 하는 거죠. 이를 위해 우선 국가가 장기적으로 투자를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간에서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과학관을 만들어 즐기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관리·운영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대전의 국립중앙과학관의 전시물부터 교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접근성이 좋고 즐길 수 있는 과학관이 탄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소득격차에 따라 과학정보 습득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저소득층의 과학관 방문을 지원하는 등 세심한 관리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헌규 국립중앙과학관장=과학기술센터는 세계 과학관의 새 조류입니다. 역사적 과학 산물을 단순히 전시하는데서 벗어나 만지고 느끼면서 배우는 센터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과학관도 ‘종’이나 ‘금속활자’를 보여주던 것에서 벗어나 직접 종을 만들고, 활자를 찍어보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학관으로서 ‘센터’로의 변화(리모델링)를 모색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연간 5억원 정도에 불과한 전시물 교체예산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향후 5년간 매년 15억∼20억원 정도를 전시물 교체에 투입할 수 있도록 예산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진병술 국립(과천)과학관추진기획단장=오는 2007년께 대지 7400평, 건평 1만5000평의 국립과학관이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옆에 들어섭니다. 건립예산으로만 3500억원이 투입됩니다. 물론 건물 크기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만 현대화된 놀이·활동공간, 즉 국내 ‘과학센터 모델’로 등장할 것입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류진보를 위한 핵심요소입니다. 그러나 자라나는 청소년들과 일반 대중은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잃어갑니다. 그래서 정부가 새로운 대국민 과학교육 및 과학문화 전당(국립과학관)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새로 건립할 과학관은 △과학기술을 생활과 문화의 중심요소로 인식하고 △과학을 즐기면서 쉽게 접근하고 이해하는 ‘느끼는(feels-on) 공간’을 지향합니다. 파리 라빌레트,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 상하이 과학기술관, 도쿄 미라이칸 등이 부럽지 않을 과천 국립과학관을 만들겠습니다.
◇조숙경 한국과학문화재단 전문위원=좋은 과학관의 조건은 분명합니다. 3웨어(ware)를 갖춰야 합니다. 근사한 건물과 관람객의 동선을 고려한 내부시설, 위치 등의 하드웨어가 첫 째 조건입니다. 또 ‘3년 주기’로 바꾸어 줄 수 있는 전시컨텐츠 및 프로그램 기획개발(소프트웨어), 철학을 갖고 과학관을 운영할 전문인력(휴먼웨어)가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영국 과학박물관은 복권수익료가 재정의 일부를 맡고 있는데, 우리도 로또복권 등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재원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은용·조윤아기자@전자신문, eylee·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