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게임전시회 `G스타` 출범 의미와 과제

한국에서도 미국의 ‘E3’나 일본의 ‘동경게임쇼’와 견줄만한 세계적인 규모의 국제게임전시회가 열린다.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는 1일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게임관련 유관기간과 단체 및 게임업계 등과 공동으로 ‘국제 게임전시회 조직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내년부터 기존 국내 게임전시회 및 게임관련 행사를 총망라한 국제 규모의 게임전시회인 ‘글로벌게임엑스포-지스타’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내년에 열리는 첫 전시회는 ‘대한민국게임대전(Kamex)’과 ‘한국국제엔터테인먼트전시회(kopa)’ 등 기존 주요 전시회를 통합하는 형태로 11월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일산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열기로 했다.

전시 내용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온라인·모바일게임을 중심으로 하되 아케이드게임과 PC·콘솔게임 등 모든 분야와 장르를 포괄적으로 수용할 계획이다. 또 B2B·B2C 전문관을 따로 운영하고 국제게임컨퍼런스와 수출상담회 등 다양한 비즈니스 행사와 대한민국게임대상,게임음악회,e스포츠대회 등의 문화행사도 변행해 국제 비즈니스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이처럼 정부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하에 국내에 세계적인 규모의 국제게임전시회가 출범하게 된 것은 시기적으로 다소 늦었다는 지적이 있기는 하지만 더 늦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필요한 일이었다는 견해가 많다.

지난 해까지 국제게임전시회는 미국의 ‘E3’와 일본의 ‘동경게임쇼’, 영국의 ‘ECTS’ 등이 주도해 왔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영국에 ‘EGN’이라는 새로운 게임전시회가 등장하며 판도를 뒤집었다. 이제 유럽을 대표하는 게임전시회는 서서히 ‘EGN’으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올해부터 ‘차이나조이’라는 국제 규모의 게임전시회를 개최,129개 업체 참가에 6만여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는 대성공을 거두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새로운 전시회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참 뒤진 것으로 여겼던 중국이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내에서는 정부 부처는 물론 관련 기관들이 너도 나도 독자적인 소규모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사분오열돼 있는 상황이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 부처간의 밥그릇 싸움이 심한 탓이라는 질책도 많았다.

이런 가운데 문화부와 정통부가 지난 10월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그 첫 사업으로 ‘지스타’를 계획했다는 점은 주변 환경과 업체들의 요구에 밀려 나섰다는 감이 없지 않지만 드디어 국내에서도 화합의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양부처의 장관이 공동 위원장을 맡기로 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 및 강력한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어 더욱 희망적으로 받아들여 진다.

특히 이를 통해 사분오열됐던 게임업계 및 관련 협·단체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그동안 독자적인 게임전시회를 꾸려왔던 업체나 기관은 물론 게임산업과 관련한 국내 모든 협·단체들이 조직위원회에 참여했다. 이로써 세계시장에서 한국 게임산업의 위상을 재차 드높일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문화부 배종신 차관은 이같은 정부차원의 전시회 개최 목표를 “게임으로 세계를 지배하자”는 한마디로 압축해 표현했다.‘지스타 2005’ 전시회는 정동채 문화부 장관과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공동 위원장을 맡은 가운데 게임업계 및 협·단체장 및 유관기관 인사들로 구성된 조직위원회가 주체가 돼서 꾸려나가게 된다.(조직위원회 구성은 표 참조) 양 부처 장관이 조직위원장을 맡은 것은 전시회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기 위한 한시적인 구도다. 이를 통해 양 부처는 그동안 별도의 게임전시회를 열어온 산하기관이나 관련 협·단체의 힘을 하나로 모아 나가는 동시에 정부차원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조직위원회를 통해 결정된 내용은 집행위원회에 의해 실행에 옮겨진다. 집행위원회는 전시회 실무의사 결정 및 집행기구로서 별도의 사무국을 두고 전시회 개최를 위한 실무를 담당한다.

특히 집행위원회는 기존 전시회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산업진흥본부장(김용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산업진흥본부장(최영호),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디지털콘텐츠사업단장(권택민), 한국국제전시장 KINTEX 전시본부장(홍대의), 한국게임제작협회 부회장(이진오), KOPA조직위원회 사무국장(이재권), 한국첨단게임산업협회 부회장(정문경), 한국게임산업협회 사업국장(임원재) 등 각 협단체의 실무진으로 구성됐다.

물론 이들이 그동안 각각 독자적으로 활동하면서 업무가 중복되거나 때로는 치열한 세싸움을 벌이기는 했지만 이번 ‘지스타’ 출범을 계기로 각자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 나갈 계획이다.

전시회는 B2B를 위한 비즈니스 상담 쇼케이스와 일반인을 대상으로한 프로모션을 위주로 한 B2C 부스로 나뉘어 진행된다. 여기에 일반인들을 위한 다양한 B2C 이벤트와 게임전문 컨퍼런스,비즈니스를 위한 B2B 부대행사 등을 곁들일 계획이다.

<표> 조직위원 명단

△김범수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 △김영훈 전국경제인연합회 문화산업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정률 한국게임제작협회 회장 △김영만 한국 e스포츠협회 회장 △홍일래 KOPA 운영위원회 회장 △김기영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회장 △김민석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회장 △박영화 한국첨단게임산업협회 회장 △오성민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 △정무식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 △정광호 한국게임학회 회장 △김성춘 한국게임벤처모임 회장 △정흥섭 ICM 대표 △우종식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원장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 △임주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그렇지만 이같은 정부 및 게임산업 관계자들의 바램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우선은 참여업체 및 관람객 유치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양 부처의 실무 담당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 전시회를 통해 유명 해외 업체를 유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전체 참여사 가운데 30%를 외국 업체로 채우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11월이면 일본의 ‘동경게임쇼’와 영국의 ‘ECTS’ 및 ‘EGN’이 끝난 직후다.

더구나 중국이 시작한 ‘차이나조이’도 비슷한 시기에 열린다. ‘E3’를 제외한 세계적인 게임전시회가 모두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상황이라 참여사 유치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번 전시회를 추진하면서 ‘세계 3대 게임전시회’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웠지만 아직은 기대보다 걱정이 많이되는 이유다.

여기에 전시장을 유동인가가 많은 서울 한복판에 있는 코엑스를 버리고 경기도 일산에 새로 건설되는 한국국제전시장(KINTEX)을 선택한 것도 우려를 자아내는 부분이다. 관람객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 대규모 관람객을 유치하기가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조직위측에서 대규모 관람객을 모을 수 있는 묘책을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경게임쇼’의 경우 연 15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하고 있으며, 올해 처음 열린 중국의 ‘차이나조이’도 6만여명이 찾았다는 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지스타’가 이들 전시회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게임전시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집객수를 고려치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조직위원장을 양 부처 장관이 공동으로 맡으면서 전폭적인 지원이 기대되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요소다. 하지만 이는 자칫 행사를 주관하는 실무 입장에서는 두명의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동시에 제공한다. 문화부와 정통부가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얼마만큼 화합된 모습을 보여주느냐 또한 ‘지스타’의 성공여부를 가름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지스타2005’는 지난해 11월 발표된 ‘게임산업진흥 중장기계획’과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참여정부 문화산업 정책비젼 보고회’를 통해 모색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게임산업 위상에 걸맞는 국제전시회 개최에 대한 요구를 적극 수용한 것. 이는 지난 6월 KOPA아 KAMEX 등 국내 게임민간전시회 운영위원회와 게임관련 협단체 6인이 참여하는 ‘국제게임전시회 준비위원회’ 구성으로 이어졌고, 7월에 준비사무국을 마련되면서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특히 10월에는 문화부와 정통부 간에 국제게임전시회 공동개최 협력 등에 관한 MOU가 체결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이후 범부처 차원의 국내 게임산업 통합전시회가 될 국제게임전시회 개최기간과 개최장소 및 전시회 명칭이 ‘지스타 2005’로 결정되는 등 전시회 준비에 박차가 가해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달에는 게임업계와 학계 및 게임관련 협·단체장으로 구성된 ‘지스타2005’ 조직위원회가 결성되고, 양 부처 장관이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함에 따라 1일 출범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돌입하기에 이르렀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