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가 말했다.“궁사(弓師)가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활을 쏠 때면 모든 기술이 발휘된다. 그가 챔피언이 되려고 활을 쏘면 이미 초조해진다. 상금이 그를 분열시키고, 그는 노심초사한다. 그가 활쏘기보다 승리에 더 집착하면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그에게서 힘을 빼앗아 간다.”
그랬다. 한참 패배를 모르던 시절엔 몰랐던 사실들…, 마음을 비워야 게임이 잘되곤 했었는데 어느새 잊어버리고 있었다. 결승전이라서? 아니면 오랜 만에 서는 큰 무대라서…? 아니었다. 언제나 매 경기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처음부터 나는 이미 지고 있었다. 지면에 암울한 내용은 정말 올리기 싫었다. 하지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다. 몇 번이고 실패했지만 그래도 다시금 다잡지 않으면 견딜수 없을 것 같다.
대전에서 연성이와의 승부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경기에서 졌기 때문이 아니다.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잡은 기회를 너무나도 허무하게 놓쳤기 때문이다. 다른 때처럼 시간이 많이 주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충분히 준비했고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다. 막상 타임머신 안에 들어갔을 때는 이기고 나서의 모습을 나는 그리고 있었다.
1경기가 끝나고 난 뒤 뭔가 이상했다. 화면도 잘 보이지 않았고 항상 쓰던 마우스인데도 내 마우스 같지 않았다. 정말 알 수 없는 오묘한 기분이었다. 3경기까지 갔을 때 정말 초조해졌다. 리플레이를 다시 봐도 내가 하는 게임 같지 않았다. 이렇게 한심할수가….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부담감과 함께 이기는 것은 둘째치고 제대로 된 경기조차 보여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4경기 레퀴엠 맵에서 써야할 전략은 정말 도박적인 전략이었고 정확한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100% 실패하는 전략이었다. 간신히 성공하긴 했지만 마지막 경기를 패배하면서 결국 준우승에 머무르고 말았다. 졌다는 상실감보다 내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더 컸다.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억울함과 분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최선을 다하지도 못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대기실에서 한동안 멍했다. 머릿속에선 한가지 단어만 맴돌았다 “한심하다….”
숙소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오늘 했던 게임과 함께 내가 그동안 해왔던 게임들, 사람들의 시선, 나에 대한 판단, 팬들, 그리고 부모님, 팀원들… 그래도 역시 대답은 하나였다. 그래 좌절하지 말자. 내가 두손이 움직이는 한 게임을 계속 할수 있는 한 아직도 기회는 남아있다고….
첫문장에 나온 말은 경기 중간에 상훈형이 해준 말이었다. 오랫동안 생각하게 만든다. 정말로 내가 욕심에 사로잡혀 중요한 기회를 날려 버린 건 아닐까? 그래놓고 스스로 한심하다고 자학하는 건 아닐까? . 해답을 찾기 위해선 계속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자고 일어나면 다시 마우스를 잡을 것 같다. 오늘 일이 잊혀질때까지….
<프로게이머 deresa1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