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의 포커살롱]행운과 불운

오래전 필자가 남대문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을 때 일이다. 당시에는 시장 상인들이 시간이 나면 상가 사무실에 모여 속칭 ‘삥발이’를 즐기는 일이 흔했다. 하지만 큰 판은 거의 벌어지지 않았고, 또 대부분 잘 아는 사람들이라 필자는 거의 끼지 않았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시장 주변에 있는 꾼들이 모여 큰판이 벌어졌고, 오래 만에 필자도 선수로 참가하게 됐다.

꾼들이라고 해서 실력이 아주 뛰어난 상대들은 아니었기에 필자로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승부였다. 그래서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에 임했는데 여기서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게임은 세븐오디였고 필자에게 A, A, 4가 들어와서 4를 오픈했는데 4구째에 A가 떨어져 A트리플이 됐다. 초반부터 판이 출렁거리기 시작했고 필자는 환상적인 상황을 맞이했다. 5구째 패가 돌아갔는데 풀하우스는 아니었고 상대 중 한명에게 액면으로 Q원페어가 떨어졌다. 또 다른 상대는 같은 무늬를 3장 깔아놓고 있었다.

그러면서 판은 더욱더 거칠어졌고 필자 역시 죽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계속 따라갔다. 6구째에도 풀하우스는 뜨지 않았고 상대들 역시 특별한 카드는 떨어지지 않았지만 Q원페어를 깔아놓은 사람이 계속 베팅을 하며 판을 한껏 키웠다. 플러시를 잡은 듯한 사람도 씩씩하게 응수하며 따라왔다.

필자는 속으로 ‘풀하우스만 뜨면 대박’이라고 생각하며 간절히 기도했지만 결국 히든에서도 풀하우스를 만들지 못하고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기분은 포커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황당한 일은 필자가 풀하우스를 못 만든 것이 하늘이 도운 행운이었다는 사실이다. 즉, Q원페어를 깔아놓고 있던 상대는 5구에 이미 Q포카드를 쥐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필자가 히든에 A풀하우스가 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뒤 늦은 생각이었지만 풀하우스가 안 된 것이 참으로 행운이었던 셈이다.

이렇듯 포커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자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좋은 패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의 얘기처럼 좋은 패를 잡아서 오히려 큰 피해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커에서는 좋은 패를 잡고서 질 바에는 아예 좋은 패를 잡지 못하는 것이 행운이다.

포커게임을 즐기는 사람치고 투페어에서 풀하우스를, 포플러시에서 플러시를 뜨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상대의 패가 오픈되기 전까지는 승부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행운과 불운은 순간적으로 교차하는 것이며, 또 그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크게 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에게는 행운으로 작용하는 일이 나에게는 불운이 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A트리플에서 풀하우스를 뜬다면 그 승률은 99%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나머지 1%의 변수도 항상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수가 현실이 될 때의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그렇기에 포커에서든 인생에서든 잘 풀릴 때일수록 자신을 다스릴 줄 알고, 어려울 때일수록 좌절하지 말고 더욱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언제든 불운을 피해가고 행운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인생을 새옹지마라 하는가 보다.

<펀넷고문 leepro@7po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