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액토즈, 게임강국 자존심을 팔았다

3년전 단돈 7500만원으로 시작해 한국 게임 ‘미르의 전설’(이하 미르) 열풍에 힘입어 나스닥상장과 함께 시가총액 3조원대의 공룡기업으로 성장한 샨다가 오늘날의 자신을 만들어준 액토즈소프트를 삼켰다.

‘라그나로크’와 함께 해외시장에서 ‘게임강국’의 위상을 날리고 있는 ‘미르의 전설’의 국적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바뀐 셈. 자연히 ‘게임 후진국’(?) 중국이 화교자본의 위력 앞에 종주국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꺾이고 말았다. 중국은 이제 거대시장, 자금력, 맨파워에 기술력까지 갖춘 진정한 게임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샨다의 액토즈 인수는 아주 전격적이었다. 대주주인 이종현 전 사장의 지분 매각설이 불거지면서 그동안 샨다의 이름이 자주 거론된게 사실. 이는 액토즈와 계열사인 위메이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미르의 전설2’의 서비스 연장 계약 등 현안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 샨다로선 특히 한국의 대기업이나 미국·일본의 대형 게임 업체들에게 액토즈가 넘어가는 것만은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그런만큼 인수 제안에서 본계약까지 샨다와 이종현사장과의 협상에 걸린 시간은 겨우 두달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모든게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샨다의 전격적인 액토즈 인수로 인해 한국게임업계는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이테크 산업 전반에서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는 상황에 차세대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핵심인 게임이, 그것도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1, 2위를 달리며 게임종주국을 대표하는 ‘미르 시리즈’ 개발사의 주인이 순식간에 중국으로 넘어간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제 게임분야 만큼은 중국 경계경보를 공습경보를 바꿔야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었다

 액토즈가 샨다로 넘어간 것은 마치 엔씨소프트가 미국 블리자드를 인수한 것에 비유될 정도로 한국의 자존심을 넘긴 것이나 다름 아니다. ‘미르 시리즈’ 하나만으로 13억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을 석권했던 한국으로선 졸지에 중국시장에서 헤게모니를 중국에 넘긴 것.

중국은 사실 불과 2∼3년 전 만해도 한국 게임을 모셔가기(?) 위해 줄을 댔던 나라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란 명성에도 심각한 균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라그나로크’(일본), ‘리니지’(한국), ‘미르’(중국) 등으로 동북아를 평정하며 미국 등 전세계로 영토확장 꾀했으나, 그 한축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실리면에서도 이번 샨다의 액토즈 인수는 얻은 것 보다는 잃은게 훨씬 많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현재 ‘미르2’의 동접은 국내 1위 ‘리니지2’의 4배를 넘나든다. 이 게임 하나에서만 순수 로열티 명목으로 액토즈와 위메이드가 벌어들이는 외화가 연간 3000만 달러에 달할 정도. 광통을 통해 서비스중인 ‘미르3’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5000만 달러를 넘는다. 특히 다른 콘텐츠와 달리 온라인게임은 시장선점 효과가 커서 인기가 쉽사리 식지않고, 시리즈를 이어가며 라이프사이클이 매우 길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시기적으로도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게임산업에 아주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난공불락의 아성을 쌓았던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이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에 의해 심하게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WOW’는 비록 무료 오픈베타서비스 중이지만, 현재 동접 15만명 안팍까지 치솟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산 온라인 게임 ‘미르’를 지렛대 삼아 나스닥 상장까지 하며 글로벌 게임기업으로 성장한 중국 샨다에 의해 자존심에 금이간 국내 게임업계로선 ‘양수겹장’을 받은 셈이다.

 #한-중, 게임기술 역전 ‘시간문제’(?)

 중국 샨다의 액토즈 인수로 한국과 중국간의 온라인 게임 기술 격차가 더욱 빠른 속도로 좁혀질 수 있다는 점도 몹시 우려되는 부분. 현재 중국 게임 개발력은 거의 턱밑까지 쫒아온 상황이다. 3D 기술과 서버 기술 격차가 있지만, 게임환경의 차이와 유저들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막강 자금력과 맨파워를 자랑하는 샨다의 기술 수준은 적어도 ‘리니지1’ 수준은 넘는다는게 정설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 액토즈는 물론 이 회사가 지분 40%가량 보유하고 있는 위메이드와 애니파크의 개발 기술과 노하우를 간단히 전수받는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어짜피 관계사인 만큼 뜻만 통한다면 기술 및 개발진 교류, 공동 프로젝트 등 다양한 형태로 한국 온라인 게임 기술을 힘 안들이고 가져갈 수 있기 때문. 한국이 자랑하는 고도의 서버 기술을 비롯해 첨단 온라인게임 기술이 자연스럽게 중국으로 이식될 수 있는 상황이 되버린 것이다. 특히 퍼블리셔에서 자체 개발로 발을 넓히고 있는 샨다 입장에선 날개를 하나 더 단 꼴이다. 샨다가 만약 액토즈의 네트워크와 막강한 자금력을 활용해 국내 전도 유망한 개발팀을 지속적으로 흡수해버린다면 양국간의 기술역전도 시간문제란 지적이다.

 샨다는 실제 이번 액토즈 인수에 소요된 1000억원에 가까운 거금을 홍콩 자금시장에서 역외CB로 간단히 조달하는 현금 동원 능력을 과시했으며, 나스닥상장 등으로 아직도 3000억원 안팍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온라인게임 개발사 사장은 “경기침체와 자본시장 경색으로 외부 자본 조달의 길이 막혀버린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샨다가 액토즈를 내세워 손을 뻗친다면 안 넘어갈 업체가 몇개나 되겠냐”면서 이제 한국의 온라인 게임기술과 노하우는 통째로 중국에 개방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습 경보’ 발령

 샨다를 전면에 내세우는 중국의 급부상에 의해 한국 게임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도 상당한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중국부터 문제다. 샨다의 지배력이 공고해질 수록 다른 게임의 중국진출은 보다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다. 가뜩이나 불법서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업체들로선 또다른 산을 만난 것. 다른 나라에서도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기술격차가 좁아질 수록 한국산 게임에 대한 평가절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국이 세계 게임산업에서 누리고 있는 경쟁 기반을 조기에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산 게임의 역수입도 우려되는 대목. 샨다가 액토즈를 선택한 것은 세계적인 온라인게임시장인 한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전진기지’ 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샨다는 실제 위메이드와의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한 이후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무려 8개의 온라인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이중 상당수가 공개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중국산 게임 역수입에 따른 시장 잠식보다는 가격 질서 붕괴 가능성이 높다는 점. 가뜩이나 대작 MMORPG 경쟁 심화로 온라인게임 이용료 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다시 주워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액토즈 중국 매각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이번 사건이 국내 게임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도 있다. 한국 온라인게임 개발사들도 이제 허리띠를 다시 졸라매야 할 상황이 됐다는 확실한 ‘자극제’가 된 것. 전문가들은 “이번 샨다와 액토즈의 M&A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 게임산업의 로드맵과 백년대계를 을 다시 짜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