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성영숙 이쓰리넷 사장

‘티끌모아 태산,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의 주인공. 속담에 빗댄 말이지만 동전(동전쌓기) 하나로 수십억 매출을 올린 아줌마CEO 성영숙 사장(42)이 다름 아닌 그 장본인이다. 주위에서는 “어떻게 동전쌓기 하나로 그렇게 꾸준히 먹고살 수 있는지 참 용하다”고 말한다. 남편이자 회사 운영의 동반자인 전근열 이사는 ‘코 묻은 돈을 모아 모아 이룬 신화’라며 멋적은 웃음도 짓는다. 하지만 그러한 말과 웃음 속에는 부러움과 존경스러움이 가득 묻어있다.

여성벤처기업인으로, 성공한 여성 사업가로 여러 차례 상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성영숙 사장. 그는 단호히 말한다. “여전히 진행형일 뿐 아직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제 자신이 아직 만족하지 못합니다”라고.

“대학 시절부터 쉬지 않고 일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쉬지않고 배우고 시류와 변화의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엊그제에도 일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여성벤처창업강좌에 강의를 다녀온 성 사장은 현재 30억원대의 모바일 게임업체 ‘이쓰리넷’을 경영하는, 한편으론 지독한 일벌레로 소문난 사람이다.

대학 1학년 때 결혼해 80년대 초에는 9단의 주산 실력 하나 믿고 외삼촌에게 50만원을 빌려 학원사업을 시작했다. 하루 3∼4시간만 자며 사업과 가사, 그리고 학업까지 꾸려나가는 억척스러움이 이때부터 생겼다. 20년 남짓 순조롭게 학원을 운영해오다 IMF 한파를 맞고, 99년 재도약을 시도한다. 이 때 성 사장은 인터넷과 유무선콘텐츠가 미래사업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을 예측하고, ‘알고 배워야 한다’는 일념 아래 수백 곳이 넘는 세미나장을 찾아다니며 IT(정보기술) 실력을 쌓았다.

소프트웨어 업체 이사와 부사장을 거쳐 현재 이쓰리넷 CEO까지 오르면서 그에게는 철저한 시장 중심의 경영관이 생겼다. “시장에 필요한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철저하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수익성이 있느냐에 따라 일을 추진하는 거죠. 경영인이라면 항상 그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 게임이 아닌 상품을 만든다

말 그대로 성 사장은 현실 경영인이다.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도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단호히 거부한다. 그래서 개발자들과 마찰이 잦았고 정 사장의 뜻과 맞지 않아 떠난 직원도 여럿이다. ‘게임을 기획하지 말고 상품을 기획하라.’ 이는 정사장이 개발자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예술성이 깃든 작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개발자들은 나름대로 예술적 기질과 자존심을 가지고 그럴듯한 대작 게임을 만들고 싶어합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시류에 맞지 않는, 일반 유저들이 선택하기 어려운 예술 작품은 기업에게 소용 없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팔릴 수 있는 상품이어야 합니다.”

모바일 RPG 대작 게임이 유행처럼 번져 나오기 시작한 올 초에도 이쓰리넷은 덤벼들지 않았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성 사장의 판단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항상 얘기합니다. 자기의 현재 수준, 즉 자신의 꼴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역량에서 하드코어 게임은 무리다. 우리가 만든 게임이 B급 수준일지라도 현재로서는 그것으로 대박을 터트릴 수 있어야하고 그래야 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수준임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어 그는 “만약 RPG를 만들자고 결정했어도 당시 우리 수준에 맞는 게임을 만들도록 지원한다는 것일 뿐 그 이상의 지원은 불가능합니다. 기본적으로 상품성이 갖춰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구요.”

# 비즈니스는 칼 찬 장수의 심정으로

회사에서는 어머니 같은 인자함으로, 외부에는 부드럽고 마음씨 좋은 이미지로 알려져 있지만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성 사장의 스타일은 일에서 만큼은 보기보다 훨씬 차갑고 냉철했다.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개인적인 일이나 인간관계에서는 상대방을 최대한 편안하게 대하지만, 업무에 관계된 비즈니스 만큼은 칼을 찬 장수처럼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쳐버린다.

“제 스스로 분명한 원칙을 갖고 기다립니다. 3개월 걸리는 일이라 보고받으면 4개월내지 5개월까지 마음 속으로 대비하고, 이후 한 달 더 늦어질 것 같다고 하면 2달까지 기다려야겠다고 판단합니다. 이렇게 3번까지 수용합니다. 하지만 이후에 또 다시 늘어진다면 바로 해당 사업을 접거나 팀 해체 또는 다른 사업을 추진하도록 바꿔 버립니다.” 여장부라는 소문답게 자신의 소신 역시 꾸밈없이 솔직하게 밝혔다.

여성벤처인, 여성 기업인의 대표적 성공사례의 표본으로 꼽히면서도 전문직 여성인들에 대한 냉정한 충고를 망설이지 않는다. “그동안의 경험상 솔직히 여성 개발자들 별로 맘에 안들어요. 같이 일 해보니 끈기와 근성에 있어 남성을 따라가지 못하더군요. 어려움이 닥치면 극복하기 보다는 도피하려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제가 겪은 사람들만 그랬다면 좋겠네요.”

하지만 성 사장은 한번 믿은 사람에게는 끝까지 기회를 준다. 올해 인력 수급에 유난히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이 사람 만큼은 믿음이 간다. 꼭 같이 일하고 싶다”고 마음 먹은 이상 주위에서 어떤 이견이 있어도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내는 것 또한 성 사장의 스타일이다.

 # ‘동전쌓기’로 모바일 유저를 알게 됐다

 모바일 게임 ‘동전쌓기’가 시장에 나온 지가 채 2년이 안된다. 햇수로만 치면 이쓰리넷과 성 사장은 초스피드로 시장 안착에 성공한 케이스다. 성 사장의 철저한 시장 중심의 상품 개발이라는 경영관이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

냉철한 현실경영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습관처럼 길러온,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버릇이 바탕이 됐다. 과연 유저 입장에서 ‘저것을 해보고 싶을까’, ‘하려는 마음이 생길까’, ‘이런 면에서 불편해하지 않을까.’ 등등. “‘동전쌓기’가 처음 나왔을 때 참 쉬운 게임이라고만 생각했지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게임으로 큰 성공을 거두는 과정에서 모바일 게임 유저들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동전쌓기’는 KTF에서 서서히 인기를 얻더니 SKT에 서비스되면서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았다. 한번 해보자고 밀어붙이기 시작했고, 오프라인 이벤트 등 다양한 마케팅이 더해지면서 돈이 된다는 느낌을 성 사장과 이쓰리넷에 주기 시작했다.

‘동전쌓기’의 성공 신화를 이어 ‘동전쌓기2’, ‘동전판치기’가 나왔고, ‘동전쌓기3’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기획에 들어갔다. 성 사장은 내심 ‘동전’이라는 새롭고 독자적인 게임 브랜드를 키워가면서 이쓰리넷을 국내 대표적인 모바일 전문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방향을 잡았다. 내년에 매출 10위권, 인지도에서는 5위권이라는 목표를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유저의 성원에 힘입어 100만 다운로드라는 좋은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그래서 유저와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디어 공모전을 벌여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모바일 마니아에게 인정받는 동전 후속작을 만들고 싶습니다. 동전신화는 끝나지 않았습니다.”1985년 동아대학교 회계학과 졸업

1999년 코리아 정보통신 마케팅 담당 이사

2000년 비즈투비즈 부사장

2001년 이쓰리넷 대표이사

2004년 모바일 게임산업협회, 여성벤처기업협회 이사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