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넥슨 채은도 실장

# 도전하고 싶은 분야라서 왔다

넥슨은 우수한 인재가 모여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도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인정받는 개발자가 바로 채은도 실장이다. 천재가 인정하는 천재 답게 위젯의 채실장은 매우 특이한 사람이다. 평범한 캐주얼 차림에 애띤 얼굴을 하고 있지만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일반인과 다른 사고와 가치관을 가진 개발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천재는 엉뚱한 사고와 남과 다른 두뇌 회전에 있다.

그는 99년에 넥슨으로 들어왔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채 실장은 대학 4학년때부터 넥슨 개발에 참여해 졸업도 하기 전에 국내 최고의 게임 개발사에 들어갔다. 게임 바닥에 발을 디딘 이유도 재미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산업이라서”였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중·고등학교때부터 게임에 푹 빠져 자연스럽게 직업으로 연결된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다르다. 오히려 자신은 경제에 관심이 많아 대학 1학년 당시 500만원을 아르바이트로 벌어 주식 투자를 계속했다고 한다. 지금도 취미 생활 중의 하나로 주식을 하고 있다.

# 게임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그가 처음 개발한 프로그램은 원클릭과 비슷한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이었고, 곧 한때 선풍적인 유행을 탔던 ‘퀴즈퀴즈’를 개발했다. 서버와 클라이언트를 모두 담당하고 팀의 리더로 활약했지만 다시 ‘크레이지 아케이드’팀으로 자리를 옮겨 BnB 컨셉의 테트리스를 만들었다. 물론 서버와 클라이언트를 모두 혼자 감당해냈다.

이 게임은 동시접속자수 5만명을 상회하며 승승장구했으나 저작권 문제로 인해 서비스를 중단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 다음이 바로 ‘메이플스토리’다. 이 게임의 개발에 처음부터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개발진 내부에서도 ‘메이플스토리’를 장기적으로 끌고 나가면서 인기를 계속 유지시킬 수 있는 사람은 채은도 실장 외에 없다며 내린 결정이었다.

현재 ‘메이플스토리’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얼마나 큰 인기를 얻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회사의 결단이 옳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또 개발자가 다른 개발팀으로 자리를 옮겨 분위기 파악에만 6개월이 걸리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자리에 앉자마자 모두 이해했다’는 말에 결코 천재라는 단어를 뺄 수가 없다. 지금 ‘메이플스토리’는 최고 18만명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하고 있고 950만명이라는 엄청난 회원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휴면 상태나 중복을 뺀 잠정 집계고 데이터상으로는 2000만개의 계정이 존재하는 초대형 게임이다.

“게임 유저의 타깃을 초등학생으로 잡고 쉽고 부담 없는 플레이를 추구한 것이 주요했습니다. 그런데 약 20%가 20대 이상의 성인이라는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죠.”

그는 게임이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하고 접근하기가 용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야 개발이 쉽고 유저가 좋아하는 등 일석이조라는 것. 이런 취향은 채실장이 즐기는 게임에서도 나타난다. 재미있는 게임이라면 가리지 않는 잡식성이지만 특히 ‘위닝일레븐 8’과 ‘WOW’를 요즘 즐겨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에 가장 재미있어서 계속 하는 것이고 특별히 개발자로서 그래픽이나 신기술, 기획, 시스템을 연구하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 훌륭한 게임이란 동접이 많은 것

“전 게임 개발자로서 훌륭한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훌륭한 게임이란 동접(동시접속자수)이 많이 나오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동접이 낮고 작품이 뛰어난 게임과 동접이 높고 쓰레기같은 게임 중 어떤 게임을 개발하겠냐고 질문한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겠습니다.”

보통 개발자들은 세계 게임사에 이름을 남길 ‘작품’ 만들기를 원한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추세를 따라가고 돈이 되는 게임을 개발하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기를 소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채실장은 전혀 아니었다.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물론 갈등도 많이 합니다. 하지만 게임은 최우선적으로 재미가 있어야 하고 재미가 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웃고 즐기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작품보다 우선시하는 것이죠.” 확실히 넥슨에서 인정받는 개발자다운 말이다.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학도들에게 멋진 한 마디를 부탁하자 역시 특이하게도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골고루 당부의 말씀을 남겼다. 초등학생은 무조건 놀아야 하고 중학생은 도덕적 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고등학생은 그냥 공부 열심히 하는 게 최고. 대학생은 엄청나게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사람들이 어떤 것에서 기쁘고 슬퍼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프로그램을 짜고 게임을 기획하는 연구보다 즐겁고 순수한 놀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생의 삶과 배려,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채 실장의 꿈이 궁금해 물어 봤다. 그랬더니, “전 대통령되는 것이 꿈입니다.” 역시!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