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환율을 고정하지 않고 시장 추세에 따라 변동시키는 변동환율제를 조만간 채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중국 내 현지 생산공장을 구축한 가전업계는 변동환율제가 시행되면 위안화 절상에 따른 현지 원가부담과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 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오히려 대중국 원가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환율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가전업계는 변동환율제가 실시되면 위안화 환율 변동폭이 커지게 되고, 결국 위안화 절상에 따른 현지 공장의 원가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의 수출경기 호조가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 대중국 수출전선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업체는 이에 대비해 달러화 표시 부채 비율을 확대하고, 현금 흐름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 현지 공장의 경우 생산성 증대 노력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동시에 위안화 차입금 비중을 축소하고 수출용 제품의 원자재 대금을 결제할 때 달러의 비중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이에 반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대표 수출업체들은 중국이 변동환율제를 도입해 위안화가 절상되면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중국에 비해 높아지고 위안화 가치 상승으로 중국의 소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이것이 악재라기보다는 호재에 가깝다”며 “단지 반도체 후공정분야 등 중국 생산공장 운영비용은 다소 늘어나겠지만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이닉스반도체 관계자도 “모든 거래는 달러가 기본이고 중국과 한국의 환율은 등락이 비슷한 흐름으로 가기 때문에 중국과의 거래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며 “내년부터 중국 합작사 설립이 본격 추진되더라도 중국의 변동환율제 채택이 끼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도 위안화 절상에 따른 수출기회 확대로 물량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기는 “결제 통화는 달러와 유로화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매출 영향은 미미하며 거래도 중국 업체가 아닌 중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 업체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위안화 절상은 큰 변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외환팀장 변영섭 부장은 “중국이 우리나라와 같은 100%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변동환율제보다는 엄격한 관리 통제하에 두는 변형된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비해 중국의 환율정책을 예의 주시하면서 수출시장 다변화, 현지화전략 강화 등의 대책을 구상중”이라고 말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