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는 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파산의 벼랑에서 흔들릴 때 무엇이든 못잡겠습니까마는, 잡은 손이 따뜻한 친구의 손이라면 얼마나 고맙겠습니까. 지금 그 심정입니다.”
대전에 위치한 스위치 생산업체 보템전기의 김효구 사장(42)은 산업자원부에 감사의 편지를 띄웠다. 막막할 때 지원의 손을 내밀어 준 고마움을 잊지 못해서다. 13일 산자부에 모인 중기체험단 수혜기업인 모임에 참석한 김 사장은 “내 인생에 또 한 번의 기회를 준 은혜에 더 없이 고맙다”며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가 산자부의 도움을 받기까지, 또 그 이전에 보템전기를 설립하기까지의 과정은 ‘인생역정’이란 단어 그대로였다. 외환위기(IMF) 전에 대전에서 가장 큰 복요리 전문식당을 하던 그는 식당업의 여세를 몰아 일식집까지 차린 요식업계 큰 손이었다. 그러나 IMF시절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유동성에 타격을 받으면서 그는 결국 파산을 맞게 됐다. 한순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그는 안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발품을 팔며 채무를 갚아 나갔다. 97년부터 4년간 처가살이도 했다.
눈칫밥을 먹던 그가 사업 아이디어를 찾아낸 것은 화장실에서였다. 화장실 사용 후 전기 스위치를 내리지 않는 습관이 일반화된 것을 보고 전기의 켜짐과 꺼짐을 알 수 있는 센서 부착 스위치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제품개발 후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제품을 채택할 의사를 비치는 고객이 많았다.
그러나 김 사장은 여기서 또 한 번의 좌절을 맛보았다. 먼저 인증을 받는 것부터 문제였다. 전기안정인증을 의뢰한 지 3개월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이었고 에너지 고효율기기 신청을 해도 소식이 없었다. 이렇게 시간이 계속 흐른다면 결국 또 파산이다. 이때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손을 내민 것이 정부의 지원이었다.
공무원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던 김 사장이 ‘설마’ 하며 신청한 것이 산자부의 중기체험단이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그 어렵던 인증이 체험단의 방문 후 곧 해결됐다. 또 자금난을 해결하는 방법까지 도움을 받았다.
뜻하지 않은 배려에 김 사장의 보템전기는 지금 국내는 물론 해외수주에 어깨춤을 추고 있다.
야간 반사소재 개발업체인 리플로맥스(대표 김현대·44)는 자금난에 허덕이다 정부지원으로 살아난 경우.
7년간의 개발 노력 끝에 국내에서는 처음, 세계에서는 네번째로 국제규격을 통과한 반사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3M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수입대체는 물론 수출까지 가능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사업화를 하기에는 자금이 부족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특허기술 사업화 자금을 신청했으나 지난 3개년도 재무제표를 요구하는 등 도저히 넘지 못할 산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산자부의 문을 두드렸고 그 결과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는 다른 길을 안내받았다. 물론 내년도에는 개선된 재무제표로 특허기술사업화자금지원 신청도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의 말도 들었다.
공무원이 이렇게 바뀌었을 줄 몰랐다는 김 사장은 “상부기관의 육성의지와 산하기관의 실행규정이 다소 어긋나는 것이 있지만 서로 뜻을 모은다면 길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번 중기체험단의 결과를 높이 평가했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