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인기상품]고급제품에 감성 업그레이드

 올해 전자산업을 이끈 주 테마는 ‘양극화’다. 고가의 ‘프리미엄형’과 ‘실속형, 초절전형’이라는 서로 상반된 축을 중심으로 접전이 펼쳐졌다.

 프리미엄형이 가장 인기를 끈 분야는 단연 가전이다. 감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으면서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의 고급제품을 일컫는 ‘매스티지(Mass+Prestige Product(대중+명품)’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올해 국내 가전시장에서는 프리미엄급 제품이 인기를 모았다. 최악의 불황기,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 이례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지만, 실제로 디지털TV, 양문형 냉장고, 드럼세탁기 등은 ‘웰빙’ 열풍과 맞물려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경우 디지털TV 비중이 전체의 70%를 차지했는가 하면, LG전자도 전체의 80%가 디지털TV에서 나왔다. LG전자는 올 들어 일반형 TV제품 매출이 22%나 감소했으나 프리미엄급 TV는 매출이 68% 증가한 것.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상반기 41%의 매출을 차지했던 드럼세탁기가 올 상반기에는 62%까지 매출이 늘었고, 양문형 냉장고와 드럼세탁기 역시 11월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 각 82%, 83%나 급증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프리미엄 브랜드 ‘클라쎄’를 출시한 이후 기존 제품보다 35% 이상 판매 성장률을 나타냈다.

 김치냉장고와 정수기, 청소기 등에도 프리미엄급 제품이 선전하기는 마찬가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급 김치냉장고 ‘하우젠’은 전체 김치냉장고 중 매출 비중이 2002년 24%, 지난해 36%, 올해 40%로 꾸준히 늘었다. 또 LG전자의 먼지봉투가 없는 진공청소기 ‘싸이킹’도 기존 제품보다 2배 정도 비싸지만 최근 월 생산량이 200만대를 돌파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얼음이 함께 나오는 청호나이스의 정수기 ‘아이스콤보UV’ 역시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달 판매량이 10% 이상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컴퓨터·주변기기나 통신 분야에서는 저가이지만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전보다 절전이나 무소음 기능이 대폭 보강된 것도 특징이다.

 단적으로 렉스테크놀러지의 그래픽카드나 디앤디컴의 주기판은 저가지만 성능이 우수하기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제품들이다. 한국후지쯔의 유닉스 서버인 ‘프라임파워 2500’은 엔터프라이즈 서버에 90 나노 반도체 기술을 채택한 64비트 프로세서를 탑재해 성능을 높였다. 유닉스 서버에 90 나노 반도체 기술을 채택한 것은 세계 최초인 셈. 이전 제품과 마찬가지로 신뢰성·확장성을 유지하면서도 성능은 대폭 향상돼 높은 인기를 모았다.

 SK텔레콤·KTF·LG텔레콤 주축의 무선 이동통신은 물론, 초고속인터넷에서도 가입자 유치경쟁이 활기를 띠면서 서비스경쟁이 치열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 덕택에 통신사업자마다 저렴한 가격, 확실한 AS, 유통망 확충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주력했다. 이 같은 현황은 올해 히트상품에도 여실히 반영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KTF의 경우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굿타임 경영’을 선포하고 고객만족을 최우선시하기로 했다. 단순한 일회성 마케팅 프로그램이 아니라, 전사 차원의 경영방침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고객경험의 품질까지 고려하는 새로운 로열티 경영이라는 점에서 이전과 차이가 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