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한 길만을 고집하며 더디지만 꾸준하게 성장해 왔던 잉크테크에게 한국 경제의 위기였던 IMF는 오히려 회사 성장의 전환점이 됐다. IMF를 거치면서 비싼 수입 제품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가격이 저렴한 ‘리필’ 제품을 찾으면서 매년 100%씩 회사가 성장 가도를 달리게 된 것.
지금은 ‘잉크테크’ 하면 리필 시장의 선두 주자 혹은 품질이 우수한 벤처 기업으로 알고 있는 소비자가 많다. 하지만 IMF 이전에는 리필 잉크 자체에 관심을 보이거나 사용하는 사람이 드물어서 브랜드도 알리기가 힘들었다. 당시에는 비용 절감에 관심이 높은 학생층, 젊은 직장인 정도가 주 소비자였다. IMF를 거치면서 범국민적 재활용 운동이 일어났고 리필 제품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에 따라 틈새였던 리필시장이 자기 영역을 갖추며 큰 폭으로 성장했다. 즉 리필 제품이 ‘또 하나의 정품’으로 인정받게 된 것. 잉크테크 경쟁 제품 대부분도 이즈음부터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운 좋게 미디어에 출현하면서 제품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수입 제품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품질과 저렴한 가격은 결국 소비자에게 어필했고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점차 소비층이 다양화됐다. 2000년까지는 리필 제품의 인식을 개선하고 사용법을 알리기 위해 제품 시연과 체험 행사를 주로 활용했다. 제품이 알려지기 시작한 2001년부터는 라디오와 신문 광고를 집행했다. 코스닥 등록을 앞둔 2002년에는 인기 탤런트 차태현을 모델로 TV 광고를 시작했다.
“프린터는 달라도 잉크는 잉크테크”라는 로고송은 인지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잉크테크가 리필잉크의 대명사로 자리 잡는 순간이었다.
2002년 2월 잉크테크는 대체 제품 시장의 선두 주자로 코스닥에 등록했다. 코스닥 등록은 대부분 시장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조금 다른 취지에서 코스닥 등록을 추진했다.
IMF 이후 리필 제품의 편견이 사라지고 리필 시장이 새로운 산업 형태를 갖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 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재활용 제품 비율이 낮고 산업이 미성숙한 만큼 인식 변화도 더딘 상태다. 또 저가의 질 낮은 제품이 시장에 난립하면서 일부 소비자는 리필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 행’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리필이란 이유만으로 기술력· 브랜드도 없는 싸구려 제품으로 취급받는 것은 잘못이다.
고품질 제품과 독자 브랜드로 정품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코스닥 등록이 필요했다. 실제 잉크테크는 기업 공개로 인해 리필 제품의 막연한 불안감 혹은 오해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잉크테크의 가장 큰 자산은 고객이다. “고객이 우리 회사 제품에 만족할 때가 가장 기쁘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한다. 소비자가 사용하는 프린터가 다르고 리필 잉크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다양한 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정품 카트리지와 호환 되는 기술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필요한 게 바로 애프터서비스(AS)다. 리필 제품은 고객 만족이 생명이다.
잉크테크는 직영 AS센터와 전국 AS망을 구축하는 등 언제 어디서나 제품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왔다. 잉크테크가 ‘고객 중심, 사람 중심, 기술 중심의 가치’를 바탕으로 ‘투명 경영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코스닥 등록할 때 목표였으며 지금도 이 목표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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