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조은숙 LG전자 책임연구원

“생각을 바꾸면 돈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앞세워 사업을 시작하면 그만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급변하는 기업환경에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LG전자 정보통신사업본부 조은숙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글로벌 휴대폰 시장의 주력제품으로 자리매김할 WCDMA 휴대폰 개발책임자 중 한 명으로 ‘LG WCDMA’의 위상을 높이는 데 한 몫을 단단히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금성통신(LG전자 이동단말사업부의 전신)에 연구원으로 입사했어요. 연구원으로 일한지 벌써 17년이 됐네요. 지금도 WCDMA와 결혼한 지 15년차니까 휴대폰과의 인연이 남편과의 인연보다 더 깊다고 봐야겠네요.”

자신을 “17년 동안 휴대폰을 사랑한 여자”라고 소개한 조 책임연구원. 그녀의 책상 위에는 요즘 잘 나간다고 하는 WCDMA 단말기가 가득하다. 휴대폰의 LCD창, 키패드 등 하드웨어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그녀는 전장의 군인이 총을 놓지 않듯 자신이 개발한 휴대폰을 항상 지니고 다니며 끊임없이 개선점을 찾을 정도로 휴대폰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허치슨사와 300만대 납품에 대한 계약을 맺고 시간에 대한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어요. 허치슨사에서 요청한 물량이 지난 4월까지 100만대였거든요. 지금까지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제시하는 요구 조건이 무척 까다로왔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던 프로젝트는 팀원들의 ‘캔두(Can do)’ 정신이 바탕이 돼 예정보다 한 달이나 앞당겨 납품할 수 있었다. 이때 조 책임연구원은 팀의 큰언니, 큰누나로서 제 몫을 다했다. 늦게 퇴근하는 후배들을 위해 업무를 나누어 맡기도 하고,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으로 고생하는 후배들과 회의를 통해 해결책을 도출해 내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17년 동안 함께 일하고 있는 팀장의 메시지를 읽고 이를 팀원들에게 거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은 그녀만의 ‘전매특허’다.

“오는 2006년 ‘글로벌 톱3’의 의미가 말 그대로 세계 3위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1등에 오를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큽니다”고 말하는 조 연구원. 조 연구원은 오히려 지난 98년 이후 5년간 뚜렷한 성과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관심을 아끼지 않았던 경영층에게 공을 돌렸다. 연구원 외길 인생이 자랑스럽다는 조 책임연구원. 을유년 새해 조 책임연구원의 꿈은 야무지다. “내년에는 1등 제품 얘기를 들어야죠.”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