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RFID 관련 업계 간담회]"국산 장비 설자리 마련 급선무"

국내 전자태크(RFID) 산업이 정부의 시범사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요란한 구호와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수요는 미미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내 RFID산업의 실질적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RFID/USN 현안에 대해 정부와 유관기관 등에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한국RFID/USN협회와 공동으로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2004 RFID 관련 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15일 오전 서울 르네상스호텔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정부의 시범사업 내실화와 대기업의 과감한 국산 RFID장비 도입 등을 역설했다.

 

 ◇사회(양승욱 전자신문 컴퓨터산업부장) = RFID가 IT기업들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나 업계에서는 RFID를 국가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또 상용화가능성은 있는 것인가.

 ◇윤용운(한도하이테크 부사장) = 바코드와 비젼기술은 각각 접촉방식과 높은 가격이라는 기술적·실용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RFID는 이들을 대체할 만한 기술로 그 방향성은 맞다고 봐야한다. 하지만 RFID 역시 완벽한 기술은 아니다. 오랜 기간 기술 검증을 거친 바코드도 일선 생산라인에 새롭게 도입하려면 6개월에서 1년 가량이 소요된다. 더우기 RFID는 ‘간섭현상’이라는 본원적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주식(SK텔레콤 네트워크 연구원장) = 우리 회사도 새로 내놓는 제품과 서비스의 성공 확률이 20∼30%에 지나지 않는다. RFID가 산업에 정착되려면 3∼4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특히 엔지니어들은 신기술을 산업에 도입할 때 항상 마케팅의 지원을 요구하지만, 결국 기술이 문제가 되곤 한다. RFID도 기술적 완벽성을 추구하는데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조문영(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 RFID/USN유저포럼 회원 증가 추세만 봐도 6개월 만에 60% 이상 증가하는 등 RFID에 대한 관심은 대단히 높다. 협회에서 최근 실시한 유저기업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RFID에 대한 수요자들의 필요성은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사회 = 국내서 RFID에 관한 관심과 그에 따른 잠재 수요가 높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산 RFID 장비의 상대적 홀대가 시범사업 등을 통해 지적되고 있다.

 ◇조문영=우리 경험으론 외국산 제품은 가격이 저렴한 반면, 국산제품은 품질의 신뢰도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 심지어 한 외국업체에서는 우리 연구원측에 ‘스펙만 제시하면 무료로 장비를 제공하겠다’는 제안까지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산 제품을 택하기는 쉽지 않다.

 ◇강우식(삼성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 = 현재 정부의 RFID 관련 시범사업에 들어가는 장비 중 국산제품 비율은 미미하지만, 국산 장비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한운수(키스컴 대표) = RFID 국산 제품의 홀대로 테스트 조차 못하고 있다. 따라서 변변한 준거사이트(레퍼런스)도 없는 게 현실이다. 국산 제품은 필드 테스트를 경험할 수 조차 없으니 오히려 장벽에 처한 것과 매한가지다. 외산 제품이 질 좋고 싸다하는데는 동의할 수 없다.

 ◇임수경(LG CNS 기술연구부문장) = 정부 시범사업은 그 특성상 ‘성공사례’를 창출해야하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 국산 장비를 덥석 쓸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패한 정부 시범사업에는 감사원의 감사가 뒤따른다. 발주자인 정부의 이같은 처지를 알기에 대기업 SI업체들도 사업 수주 후 국산 보다는 비교적 기술적으로 안전한 외산 장비를 찾게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외산 역시 기술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 측면이 있는 만큼 최대한 국산 제품을 끌어들여 시범사업을 추진해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윤용운 = 국산 장비를 실험해보면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업체에 장비의 불만사항을 제시하면 바로 바로 시정이 되지않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지적사항에 대한 응대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이주식 = SK텔레콤이 국내에 CDMA 기술을 처음 도입할 때 기술적 미비에도 불구, 삼성·LG 등 국내 단말기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결국 우리나라를 CDMA 최강국으로 만든 전력이 있다. RFID 역시 당장 손쉽고 안전하다고 외산 장비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차원에서 국산 제품을 제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사회 = 결국 RFID에 대한 산업계의 수요창출이 있어야 관련 업계가 자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임수경 = 경영의 신속·정확성에 대한 필요의식이 조성돼야 한다. LG의 경우 이미 LCD공장의 생산라인에 RFID를 도입·적용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는 미국 월마트의 요구로 대미 수출시 RFID의 도입을 의무화해야할 상황에 놓여있다. 수요는 분명 있다. 하지만 내년까지는 시범사업 위주로 갈 듯하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2006년이 돼서야 기업쪽에서 본격적인 수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문영 = 수요자의 입장을 헤아려주는 공급 업체측의 태도 전환이 아쉽다. 수요층은 이것저것 주문도 많고 뛰어다니는 수준이라면, 공급자는 여전히 기고 있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같이 움직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이주식 = 기술보다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한다. RFID에는 다양한 시장이 내재돼 있다. 이를 보기 위해서는 기술에 천착하지말고 다양한 응용 사업을 발굴해 내야한다.

 ◇조문영 = 맞다. 건설 부문만 해도 응용분야가 매우 많다. 하지만 공급자는 RFID 기술을 어떤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각 산업의 수요업체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주식 = 현재 국내 공급업체들은 수요자들이 어디에 있는 지 관심도 없는 것같다. 오직 시범사업에만 올인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수요시장을 찾아 발로 뛰는 공급업체들의 전향적 자세 전환이 아쉽다.

 ◇사회=바람직한 정부의 RFID 시범사업 모델은 무엇인가.

 ◇한운수 = 시범사업의 남발로 민간 RFID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 한 유통업체의 경우 추진하던 RFID사업을 취소했다. 시범사업을 통해 얼마든지 공짜로 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최근 모 그룹 임원진들이 RFID 사업을 추진한다며 일본에 대거 견학을 다녀왔다. 외산 제품 위주로 이루어지는 시범사업을 보니 한국 공급업체들이 미덥지 못하다는 얘기다. 시범사업이나 테스트베드는 대기업이 나서서 할 일 아니다. 중소기업에 기회를 줘야한다. 또 RFID 관련 하드웨어는 우리가 일본을 앞선다.

 ◇윤용운 = 정부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줘야한다. 그러나 성과위주의 성공모델 창출로 몰아가면 안된다. 검증된 장비나 솔루션만 채택해 ‘안전제일주의’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새로운 제품개발은 언제 되겠는가. 현재 5개 RFID시범사업 가운데 국산 미들웨어 업체가 참가하고 있는 사업은 한개도 없다. 최근 우리 회사는 해양수산부가 발주한 RFID 시범사업에 일부러 참여하지 않았다. 외산 솔루션이 채택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본과제가 아닌 테스트베드나 시범과제라면 기술적 검증이 안된 제품이라도 국산 장비을 과감히 도입을 해주고 그래서 한걸음씩 국내 기술을 성장시키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회 = RFID산업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협회나 업계에도 각자의 역할과 그에 따른 과제가 있을텐데.

 ◇한운수 = 일본은 협·단체에 정부가 사업 지원금을 준다. 그 산업분야를 가장 잘 아는 기관이 직접 RFID사업을 끌고 가나게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오직 정부 산하 공공기관을 통해서만 사업이 이뤄진다. 해당 산업의 전문단체들은 RFID 관련 시범사업에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활용해 보다 전문화된 시범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역할을 줘야한다. 비즈니스 모델도 이들 협회를 통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조문영=RFID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결국 미국의 월마트와 같이 대형 수요처가 나와야 한다. 또 시범사업에는 대기업 SI업체뿐만이 아니라 중소기업도 의무적으로 참여토록하는 방안도 정부가 심도있게 연구해봐야 할 것이다.

 ◇강우식=RFID의 주무부처인 정통부와 산자부의 시각차도 역할조정에 있어 주요 걸림돌이다. 정통부는 장비의 개발에 주력하는 반면, 산자부는 물류·유통 등의 비즈니스 모델 적용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 시장의 특성상 월마트의 역할을 정부가 해줘야 한다면 정부는 시장을 특화시켜 비젼을 제시하고 펀드를 조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운수 = 정통부는 주파수 배분을 놓고 지난 2년을 허송세월했다. 결국 작년까지 잘 팔던 UHF 제품을 올초부터는 못팔고 있다. 정부의 뒤늦은 정책과 규제 때문이다. 특혜도 원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이라고, 국산장비업체라고 시범사업 등에서 배제하지만 말아줬으면 한다. 그나마 협회가 만들어 진 것은 다행이다. 이를 통해 시범사업의 지원과 중소기업의 육성이 이뤄지길 바란다.

 ◇윤용운 = 국내 자체 인증제도를 만들어 외산업체의 무분별한 진입을 어느 정도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한다. 국내 중소 장비업체를 육성하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월마트와 같은 역할을 해준다면 금새 국내 RFID 산업이 활기를 얻을 것이다. 대기업들의 역할은 바로 그런데 있다.

 ◇임수경=정부가 깊숙히 개입할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표준만큼은 분명히 정부가 가닥을 짚어줘야한다. 대기업은 위험을 안고라도 중소기업을 끌고가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사회=RFID산업이 미래 유망산업임이 분명하고 이를 육성하는 것은 정부는 물론 업계 모두의 과제다. 우리나라가 세계 RFID산업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급자, 수요자 간 유기적인 결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RFID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목소리가 제시됐는데 앞으로 RFID/USN협회를 중심으로 보다 구체적인 대정부 건의와 대안이 제시되길 바란다.

  정리=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