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이 사실상 두루넷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향후 통신시장 구도 재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초고속인터넷시장은 KT와 하나로텔레콤 2강 체제 구축이 확실시된다. 하나로가 기존 278만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에 두루넷의 129만 가입자를 합쳐 400만이 넘는 가입자 기반을 갖게 돼 점유율이 23%에서 34%로 높아진다. 물론 인수·합병 과정에서 두루넷의 상당수 가입자가 빠져나갈 수도 있지만 KT(600만·51%)를 뒤쫓는 강력한 견제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도 이번 두루넷 인수는 단순히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머물지 않고 향후 유선시장 구도를 KT·하나로텔레콤 2강 체제로 강화하면서 나머지 사업자들도 급속히 재편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온세통신·드림라인 등 후발 유선통신사와의 M&A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과의 제휴 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의 통신사업 전반의 향배도 관심사다. 데이콤의 약세가 3콤(데이콤·파워콤·LG텔레콤) 중심의 LG 통신사업 구조를 흔들면서 파워콤이나 LG텔레콤의 독자행보가 예상된다. 데이콤 측은 파워콤을 통해 초고속인터넷 독자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매출의 상당수가 두루넷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하나로와의 관계 설정이 쉽지 않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LG 측이 파워콤의 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분리·매각 등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또한 올해 가입자 600만명을 넘어섰지만 내년도 번호이동 개방 등을 고려하면 LG텔레콤의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 LG그룹이 그동안 준비해왔던 나름대로의 복안 카드를 쓸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다.
LG 측이 당장 행동에 나서지 않더라도 이 같은 상황은 전체 통신시장의 구도를 KT, SK텔레콤의 양강 체제 강화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변수는 두루넷을 인수한 하나로텔레콤의 향배다. SK텔레콤과의 제휴에서 나아가 사실상 기업결합을 시도할지는 미지수나 KT에 위협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 또한 나머지 약세 기업도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영진 애널리스트는 “데이콤이 와이브로 사업을 포기한 상태에서 두루넷 인수까지 불발로 돌아가 사실상 파워콤의 활용 기반도 사라졌다”면서 “향후 구체적인 구조조정과 활용 방안이 제시돼야 기업가치나 주가에 대한 판단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통신시장의 양강 구도로의 압축은 향후 통신산업 성장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정부가 유효경쟁을 위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데 더 힘이 들게 됐다”고 분석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두루넷 매각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