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골프는 어느덧 시즌 막바지다. 그러나 사이버 세상의 골프는 지금 한창 시즌 중이며 붐업을 이루고 있다. 온라인 골프게임의 쌍두 마차 한빛소프트의 ‘팡야’와 NHN의 ‘당신은 골프왕’(일명 당골왕)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
특히 ‘팡야’가 가볍고 아기자기한 반면 ‘당골왕’은 좀 더 진지하고 까다로운 난이도를 자랑하며 골프의 새로운 맛을 전하고 있다. 더게임스는 ‘당골왕’ 최고수를 통해 골프지존을 위한 지름길을 함께 풀어보기로 했다.‘당골왕’ 최고수는 과연 어느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을까? 단 한방에 홀인원을 하고, 모든 샷을 퍼펙트로 치지 않을까? 호기심반 기대반, 한 수 지도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역 모 PC방에서 최고수라는‘마루’를 만났다.
그는 인사치례를 모두 생략하고 바로 진수를 보여줬다. 커플 길드를 이끌며 최고수로서 만인에게 인정받고 있는 마루. 그는 만나자마자 기초에 대한 중요성부터 강조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한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못하는데…. 뭐, 하지만 제가 아는 것은 모두 알려드리죠.”
곧바로 컴퓨터에 클라이언트를 설치하고 게임에 들어갔다. 그런데 특이하게 바탕화면을 검정색으로 설정하고 아이콘도 모두 가운데 모으는 것이 아닌가.
“이건 말이죠. 집중력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겁니다.”
“집중력이요?”
“네, 아무래도 정확한 타이밍과 빠른 판단을 위해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없어야 하거든요. 바탕화면의 아이콘을 가운데로 모으고 배경색을 검정색으로 설정하면 게임 화면만 딱 보입니다.”
역시 뭐가 달라도 달랐다. 창 모드로 진행되는 ‘당골왕’의 특성상 잡다한 부분이 보이면 확실히 집중력이 분산된다. 또 기본 중의 기본으로 특별한 요소가 있을까?
“그리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활용하는 것도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분명합니다. 지난 대회에서 고수들은 모두 마우스로 타점을 맞췄어요. 중수는 키보드가 편하다고 하는데, 그건 아닙니다. 키보드를 사용하면 딜레이 시간이 약간 작용해요. 그걸 피하기 위해서는 마우스가 훨씬 낫습니다.”아, 그렇군. 그래서 마우스를 많이 사용하는구나. 많은 유저들이 키보드에 익숙해져 있어서 타점을 맞추기 위해 키보드의 스페이스 바를 사용한다. 그런데 미묘한 차이로 딜레이 시간이 마우스가 좋다는 것은 처음 듣는 말. 일단 기자가 게임을 한판 하고 마루는 옆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실전보다 연습 모드에서 그냥 편하게 치라는 말만 듣고 진짜 마음 편하게 먹고 천천히 진행했다. 마루는 기자의 플레이 모습을 유심히 보다 게임이 끝나자 말문을 열었다.
“기초가 매우 부족합니다. 화면에 표시되는 각종 정보를 다 놓치고 계시군요.”
그리고 차근히 설명해줬다. 캐릭터가 자신의 순서에 따라 자리를 잡으면 하단에 긴 바가 보인다. 마우스를 클릭하면 물이 차는 것처럼 좌우로 게이지가 꽉 찼다가 다시 제로가 되는데 정확히 가운데에 위치했을 때 다시 마우스를 클릭하면 골프공을 친다. 마루는 절대로 곧바로 치지 말고 타이밍 연습을 하라고 일러줬다.
“마우스 왼쪽을 클릭하면 공을 치죠? 그런데 오른쪽을 클릭하면 공을 치지 않고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이를 이용해서 제로 포인트를 정확히 연습하는 겁니다. 두번 정도 연습하고 왼쪽 클릭을 하면 거의 정확한 샷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팁이었다. 보통 단 한번의 기회만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심혈을 기울여 마우스 왼쪽 버튼을 클릭한다. 하지만 마루가 알려준 것처럼 오른쪽 버튼으로 연습하자 훨씬 타이밍을 맞추기가 쉬웠다.
“또 있습니다. 아까 보니까 바람의 방향을 잘못 이해하고 계시던데 당골왕의 함정입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탭 키를 눌러 골프 코스 전체를 볼 수 있는 화면에서 나타나는 바람의 방향이 정확한 것이라고 한다. 캐릭터가 공을 치기 위해 준비하는 장면에서 보이는 바람의 방향은 정면에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오해하기 쉽다며 반드시 전체 화면으로 전환하고 바람을 판단하라고 말했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공을 치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옆에서 불면 역방향으로 치면 되고 뒤에서 불어오면 조금 약하게 쳐야한다. 물론 정면에서 바람이 불면 더 세게 골프공을 쳐야만 한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공을 때리는 방향을 조절하는 것은 경험과 감입니다. 계속 플레이를 하는 수 밖에 없죠.”“모든 맵은 평지가 아닙니다. 실제 골프장도 구불구불하고 높낮이가 다르죠? 초보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그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처럼 평지가 아니에요. 그래서 높낮이를 고려한 샷을 쳐야만 정확한 조준이 되는 것입니다.”
‘당골왕’에서 탭 키를 눌러 전체 맵이 나오면 타구의 방향을 움직일 수가 있는데 떨어지는 지점에 대한 정보가 표시된다. 바둑판 모양으로 표시되는 그것은 파란색과 붉은 색으로 수시로 바뀐다. 붉은 색은 공이 떨어지는 곳보다 높다는 의미고 파란색은 낮다는 뜻이다. 만약 온통 붉은 색이면 공이 떨어지고 뒤로 굴러 떨어지기 때문에 골프 공의 윗 부분을 때려 이를 방지할 수 있다. 반대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페어웨이는 그렇다 치고 중요한 것은 바로 필드입니다. 필드 정보도 다 나와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그냥 치기 때문에 정확한 샷이 나오지 않는 거에요.”
그는 필드 정보가 나와있는 화면을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실제로 작은 필드 옆에는 -2.0m라는 표시가 있었다. 이 숫자의 의미는 현재 공을 치는 장소보다 2미터 낮은 지점에 필드가 존재한다는 것. 따라서 맵에 표시된 것처럼 샷을 치면 아무리 정확하게 쳐도 더 멀리 날아가기 때문에 필드에 공이 벗어난다는 설명이었다.“그럼 제가 러쉬 모드에서 다른 고수들과 함께 플레이하는 것을 한번 지켜 보세요.”
그는 마스터 레벨의 캐릭터를 잠시 쉬게 하고 다른 캐릭터를 선택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유저들이 게임을 기피한다는 설명과 함께. 러쉬 모드는 최대 32명의 유저들이 한 방에 모여 동시에 플레이하는 것으로 상대방 공만 보이고 자신의 화면은 연습 모드처럼 진행된다. 한 유저가 가장 먼저 홀에 공을 넣으면 그때부터 30초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를 넘기면 퇴장 당하는 무시무시한 게임이다.
마루는 코스를 4번 도는 동안 1위를 계속 놓치지 않았고 중간중간 실수를 범했지만 침착한 판단으로 경기를 이끌어 나갔다. 그리고 치기 힘든 4번 아이언을 선택하면 어김없이 연습을 몇 번하고 공을 쳤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공을 몇 개나 가지고 계세요?”
“하하하…. 그건 비밀입니다. 공을 달라는 사람이 워낙에 많아서요. 이게 공개되면 정말 곤란해요.”
“네, 그럼 다음 주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많은 것을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게임도 마찬가지지만 역시 기초가 중요합니다. ‘당골왕’의 묘미는 단순함 속에 숨겨진 오묘함이죠. 따라서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기초가 탄탄해야만 승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오늘 알려준 것만 연습하셔도 중수는 무난할 겁니다.”
역시 모든 것은 기초가 문제다. 아무리 화려한 스킬을 가지고 있어도 기초가 약하면 결국 드러나게 마련. 또 게임 좀 한답시고 캐주얼 게임을 너무 쉽게 보는 경향을 마루가 일깨워줬다. ‘당골왕’에 대한 열정이 가슴 속에서 서서히 눈 뜨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