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자격 미달 선수를 출전시켜 대회 주최측인 MBC게임과 한국e스포츠협회로부터 첫 ‘몰수패’라는 중징계를 받은 삼성전자칸이 이를 인정하지 못한다며 해당 대회인 MBC게임 팀리그 출전 거부를 선언해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게임문화 확산의 일등공신이자 e스포츠 총아인 스타리그 대회가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난 11일 삼성전자칸은 그동안 몰수패 취하를 MBC게임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앞으로 해당리그에 출전을 거부키로 내부적으로 확정하고 당일 경기에 불참했다. 사태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난달 30일 MBC무비스배 팀리그 소울팀과의 경기에서 삼성전자칸은 출전자격 미달인 아마추어 선수를 선발로 내세웠고, 이를 확인한 MBC게임과 한국e스포츠협회로부터 몰수패 및 서면 경고를 받았다.
협회와 MBC게임측은 지난 7월 e스포츠 협회 관계자 및 프로게임팀 감독과 게임방송 리그담당 PD간에 합의해 공식화된, 4대 리그에는 프로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을 삼성전자칸이 지키지 않았고 이에 따라 상벌위원회를 열어 몰수패라는 징계를 내렸다.삼성전자칸은 이번 MBC게임 팀 리그의 대회 규정에 프로만 출전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다는 점을 몰수패 철회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대회 출전자격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MBC게임측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번 사건 이전에도 몇몇 팀에서 프로가 아닌 준프로를 출전시킨 사례를 들며, 이번 삼성전자칸에 몰수패를 준 것은 특정 팀에게만 불리한 판정을 내린 사례이기에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MBC게임과 협회는 지난 7월 프로선수 출전 규정에 관한 합의가 이뤄졌고 대외적인 발표를 통해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통용해 오고 있는 규정이므로 삼성전자칸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모든 선수와 감독, 협회까지 그렇게 알고 있고, 지금까지 인정해오고 있는 사실을 서면으로 명시된 출전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한 협회가 삼성전자칸은 물론 MBC게임측에도 대회 미숙에 따른 책임을 물어 경고 조치를 취했고, MBC게임도 이를 받아들여 재발방지 및 사과 방송까지 약속했음에도 이 같은 행동을 보인 삼성전자칸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태도다.결국 문제의 쟁점은 MBC게임이 대회를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에서 선수 출전 규정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점이 이번 몰수패 사태에 얼마만큼 중요하게 작용했는가라는 시각차에 있다.
삼성전자칸은 일단 대회규정을 문제삼고 있고, MBC게임과 협회는 규정을 명시하지 않은 점은 잘못으로 인정하지만 관련 선수출전 규정이 이미 만들어져 통용되고 있었기에 이번처럼 개별 대회에서 서면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은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다.
그렇다면 몰수패를 철회하고 재경기를 할 수는 없는가. 다른 감독들은 대부분 재경기는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다. 이는 MBC게임이 아닌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최종적으로 내린 판단이며, 고의든 실수든 삼성전자칸의 아마추어 출전은 명백한 규정 위반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타 구단 감독 및 선수들은 몰수패를 인정하고 팀리그에 복귀하는 것이 삼성전자칸이나 소속 선수들, 그리고 전체 스타리그를 위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더구나 삼성전자칸 뿐 아니라 MBC게임도 경고를 받았기에 이번 사태가 삼성전자칸만의 불명예는 아니라는 견해도 제시한다.
한 프로게임팀 감독은 “(삼성전자가) 선수와 팀의 명예 때문에 몰수패 철회를 요구한다지만 정말 칸과 소속 선수들을 위한 조치는 그 같은 실수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주는 것이며 보다 빨리 리그에 복귀해 선수들의 활동 무대를 넓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