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길드원의 훈훈한 정이 넘쳐나는 온라인 맞고 게임 길드 ‘축제향기’의 올 4번째 정모 겸 송년회. 가족 같은 끈끈한 정을 이어 불우이웃돕기 등 사회 봉사활동에도 적극 나서자는 얘기가 나왔다.
“어이구, 향기페스티벌님 어서 오세요.”, “반가워요. 많이 모였네.”
지난 11일 오후 5시경. 초겨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을 무렵 영등포 한 음식점에 30대 청년부터 40대 주부, 그리고 나이 지긋한 노신사의 모습까지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온라인 게임 한게임 맞고의 길드 ‘축제향기’의 송년 모임이다. 약속시간은 5시였는데 채 30분이 지나기도 전에 예약 테이블은 꽉 찼다. 참석한 길드원들은 길드장이 나눠준 노란색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앉자마자 대화를 시작한다.
“어, ○○님은 아직 안왔네.”, “○○님 얼굴 좋아졌어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마치 오랜 만에 만나는 초등학교 동창모임 같다. 오늘 참석 예정인원은 약 40명. 3개월에 한 번씩 모이는 정모가 벌써 2년째를 맞았다. 물론 다른 길드처럼 삼삼오오 모이는 번개모임은 시도때도없이 자주 갖는다.
지난 2002년 ‘축제향기’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현재 등록 회원은 450여명. 한게임 맞고 길드 랭킹 3위를 달리는 명문 길드다. 길드원의 맞고 실력이 뛰어나다거나 등록 회원수가 많아서가 아니다. 어느 길드보다 왕성한 활동력 때문이다. 회원 수를 포함해 참여도 등 여러 요소를 점수화한 길드 지수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으로 상위에 랭크된 것은 바로 축제향기만의 다양한 활동과 적극적인 참여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길드 자체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벌여 회원의 관심과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 축제향기의 장점이자 특징이다. 정기적으로 ‘축제향기’ 4자를 이용한 4행시를 공모해 게시판에 올리고, 우수작에 맞고 머니를 지급한다. 또 1년에 한차례 대규모 맞고 대항전을 열고 기증받은 상품과 머니를 경품으로 제공한다.
이러한 이벤트의 목적은 회원의 참여를 통한 길드의 단합과 친목 도모지만 또한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는 것이기도 하다. 맞고 머니가 부족한 신입 회원 및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는 우수 회원에게 여유있는 회원의 맞고 머니를 자연스럽게 나눠주는 한 방법이다.
얼마 전 불경기 속에서 실직한 모 회원에게는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작은 정성을 전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나눔의 정을 외부로까지 확대해 불우이웃돕기에도 적극 나서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길드를 이끌고 있는 정미나씨는 “비교적 여유있게 맞고 머니를 보유한 회원들로부터 몇백에서 많게는 몇천씩 기부를 받으며 이것을 모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제향기만의 또 다른 이색적인 점은 이러한 정기 이벤트 외에는 평소에 길드원 간에 맞고판을 벌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온라인 맞고 게임 길드지만 오프라인에서 고스톱판을 벌인 적도 없다. 길드원 중 몇몇은 아예 오프라인에서 고스톱을 쳐 본적이 없다고도 한다. 누군 잃고 누군 따면 감정이 상할 수 있는 부작용과 더불어 그것이 길드의 목적인 인간적인 화합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맞고 게임이 모임의 매개체이긴 하지만 회원 간의 친목과 정을 나누기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이곳 축제향기 길드원 모두에게는 배어있다.정미나(41) 여자로서 길드장을 맡고 있는데 다들 잘 따라주고 협조해줘서 편하다. 다양한 직업과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앞서 있기 때문에 모임도 더 잘되고 발전하는 것 같다.
한강수(51) 사이버상에서는 얼굴이 안보이기 때문에 자칫 무시하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모임처럼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인터넷상에 확산됐으면 좋겠다.
최인숙(46) 친구처럼 다정하게 지내고 만난다. 가끔씩 나오는 사회적으로 인식이 안 좋은 그런 모임이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같이 만나고 인간적으로 정을 나누는 그런 모임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홍성주(31) 형님 누님들 모두 하시는 일 다 잘되고 발전하길 바랍니다. 특히 건강에 유의하시고요. 모두 모두 행복하게 잘 지내세요.
정현지(29) 아다시피 이제는 인터넷 문화가 대세다. 우리 모임처럼 건전한 사이버 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서로 많이 알리고 참여를 유도해서 이처럼 좋은 문화를 널리 확대해 나가자.
최창수(38) 다른 길드에 비해 단합이 무척 잘된다. 더욱 잘 뭉쳐서 현재의 모임이 대외적인 봉사활동으로까지 확대시켜 나가는 보람있는 길드 모임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최수혁(39) 게임을 하다 보면 나타나는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를 빼앗는 경쟁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다정 다감하게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좋아서 가입하게 됐다. 형 누나 동생 같은 가족적인 분위기가 우리 길드의 특장점이다.
김기남(40) 그래도 좀더 노력이 필요하다. 길드원마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글을 게시판에 하나씩이라도 올리고 정모도 부담없이 참석하도록 하자. 바쁘지만 한 줄의 글이 서로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정을 나누는 계기가 된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