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지난 6월 PC 플랫폼에 적용될 신기술을 한꺼번에 공개했다. LGA775 소켓을 비롯해 DDR2 SD램, 4채널 SATA, ATA 12V 버전2.0 등이 올 하반기부터 적용되고 신기술이다. 그중에서도 그래픽카드의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발표한 PCI 익스프레스 16배속은 기존 AGP에 비해 2배에 가까운 데이터 버스 대역을 구현, 소비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기존 AGP 8배속은 1초에 2.1GB씩 신호가 오가는데 비해 PCI 익스프레스 16배속은 초당 4GB나 되는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로 예를 들면 기존 4차선 도로를 8차선 도로로 확장해 교통 흐름을 원활히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근 지포스 6600, 레이디언 X700 등 PCI 익스프레스 16배속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관련 그래픽카드들이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지포스 6600은 기존 고급형 그래픽카드군에서 인기를 끌던 지포스FX5900 XT 보다 조금 비싼 값에 월등히 좋은 성능을 구현하면서 PCI 익스프레스 16배속 인터페이스의 보급을 이끌어 나갔다.
하지만 최근 그래픽카드 업체들은 지포스 6600의 새로운 버전을 내놓으면서 PCI 익스프레스가 아닌 기존 AGP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제품을 내놓아 양 인터페이스 간의 성능 비교가 이슈가 되고 있다. 같은 GPU를 채택한 제품인 PCI 익스프레스 16배속과 AGP 8배속으로 나오면서 두 제품 간 성능 비교가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양 인터페이스간의 성능 비교는 이론상의 논쟁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대역폭이 늘어난 것이 3D 그래픽 처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
하드웨어 정보사이트인 브레인박스(www.brainbox.co.kr)가 최근 실시한 비교 테스트를 살펴보면 이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3D 마크 03, 05 버전에서 실시된 테스트에서 PCI 익스프레스 16배속은 3∼8% 정도 근소하게 앞선 점수를 나타내는 데 그쳤다. 이 정도 수치라면 일반 유저들이 거의 몸으로 체감할 수 없는 수준.
3D 그래픽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기본 정보는 하드디스크나 메모리에서 시스템 칩세트를 거쳐 그래픽카드로 넘어간다. 그래픽 프로세서는 넘어온 정보를 활용해 3D 그래픽의 뼈대를 만들고 여기에 텍스쳐를 입힌 다음 여러 효과를 결합해 영상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칩세트와 그래픽카드가 주고 받는 정보의 양은 아직 그리 많지 않아 AGP 8배속으로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인터페이스 보다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그래픽 프로세서의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테스트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할 수 있다.
PCI 익스프레스 16배속은 분명 AGP 8배속에 비해 성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특히 PCI 익스프레스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이 기존 AGP에 비해 훨씬 많다는 점에서 AGP 8배속이 비교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그래픽카드를 구매할 때에도 2배로 늘어난 버스에 유혹되기 보다는 그래픽 프로세서의 성능에 우선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