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의 포커살롱]종합 두뇌스포츠

중국의 작은 거인 등소평이 자신의 3대 장수 비결 중 하나로 포커게임을 꼽았던 사실, 그리고 미국의 유일한 3선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워싱턴주 포커 챔피언까지 지냈던 실력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처럼 한 나라의 위정자들이 좋은 게임으로 즐길 만큼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사적인 게임의 대명사’로 인정받고 있는 포커게임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포커=도박’으로만 받아들여지는지 안타깝다. 몸에 좋은 약도 과하면 독이 되듯이 무엇이든 과하면 부작용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술 또한 그렇다. 적당히 즐기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고 가라앉은 기분을 상승시켜주며 없던 용기를 생기게 하는 등 좋은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지나쳤을 경우에는 자신의 몸과 정신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보았을 때 포커를 무조건적인 도박으로 단정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실제로 포커를 즐기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박의 의미로 포커를 하는 것이 아닌데도 포커에 대한 세상의 이목은 항상 준엄하다.

물론 포커는 우리의 말초신경을 가장 강하게 자극하는 돈을 걸고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의미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포커게임을 하나의 취미생활로 본다면 돈에 대한 문제 역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즉, 어떤 취미생활을 하더라도 성인 남자라면 일정 정도의 비용은 들게 마련이다. 따라서 포커게임에 사용하는 돈의 규모가 다른 취미생활에 드는 비용보다 현저한 차이가 날 정도로 많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포커게임도 하나의 게임으로 봐야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그랬을 때 포커게임에서는 많은 것을 얻고 배울 수 있다.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정확한 판단력, 자신의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력, 과욕과 미련을 버리는 자제력, 승부처라고 생각할 때 밀어붙일 수 있는 결단력과 배짱, 그리고 순간순간 결정해야하는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 등등 모든 것이 우리의 인생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포커를 종합두뇌스포츠라 말한다.

앞서 얘기했듯이 우리나라에서 포커게임을 도박처럼 하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는 포커게임을 한결같이 다 도박으로 매도한다면 이것은 지나치게 편협된 생각이 아니겠는가.

일전에 필자가 모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하는데 담당 PD가 ‘나도 간혹 포커게임을 즐기지만, 그래도 지상파 방송에서 포커를 옹호할 수는 없다. 이해해 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자신들도 즐기고 있고, 100% 도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방송에서는 포커의 안 좋은 점을 부각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인터뷰를 거절했던 적이 있다.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방송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점을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그들은 우리나라 공공방송을 책임지고 있고, 방송에 나온 한마디는 예상외의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편협된 시각을 보여주는 한 단면인 것 같아 씁쓸했다.

포커를 도박으로 단정하는 우리 사회의 시각에서 과연 등소평이나 루즈벨트가 즐겼던 포커게임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려야할까.

<펀넷고문 leepro@7po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