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ESL에듀 안문환 사장

감이 좋다. 뭔가 터져도 크게 터질 것 같다. 잿빛으로 가려졌던 에듀게임 시장에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그의 기분은 업 됐다. ‘토익넷’에 이어 ‘영어공략왕’을 이용한 ‘전국 초등학생 e러닝 체험대회’가 폭발적인 인기 속에 치러졌고, 연말 게임대상에서 교육부문 우수게임으로 상까지 받아 세간에 화제가 되자 게임업계는 부러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교육업계는 ‘같이 돈 좀 벌어보자’며 러브콜 보내기에 바쁘다. 교육 콘텐츠 사업에서 게임을 접목한 에듀게임 개발에 나선지 5년여. 게임도 학습 도구도 아니라는 무관심과 냉대를 딛고 당당히 가능성 있는 에듀게임으로 인정받은 점이 그에게는 가장 큰 수확이자 기쁨이다.

# 이것이 에듀게임이다

“무엇보다 선생님과 학부모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 기쁩니다. 일반 게임이 아닌 에듀게임이기에 가능한 일이죠. 다른 게임도 아닌 이런 학습효과가 나타나는 게임에 우리 아이와 학생들이 푹 빠져있어 기분 좋다고들 얘기합니다.”

ESL에듀 안문환 사장(35)의 얼굴은 요즘 항상 상기된 표정이다. ESL에듀에 대한 외부 투자 상담부터 각종 제휴 문의와 연말 시상식 참석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 보인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기쁨은 고생 끝에 만든 에듀게임 ‘토익넷’과 ‘영어공략왕’이 뜨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교육 타깃층인 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 교사, 교수, 학교 관계자, 교육부까지 관심을 갖고 인정하기 시작했다. “올 초 까지만해도 직접 찾아다녀야 했죠. 에듀 게임의 유용성을 알려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거꾸로 제안이 들어오더군요. 이번 e러닝 체험대회도 사실 교육부에서 먼저 관심을 보여 시작하게 된 겁니다.”

실제로 ‘영어공략왕’은 초등학생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며 에듀게임의 새로운 가능성과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신과 학교의 명예를 걸고 대회에 참석한 초등학생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게임에 몰입하고 보다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애쓴다. 자연스럽게 학생 사이에, 그리고 학교 간에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학부모와 교사, 학교는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온라인 RPG가 아닌, 에듀게임에 열광하는 학생들을 보며 만족스런 웃음을 짓는다.

“정말입니다. 네트워크 게임이라 새로운 커뮤니티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교사와 학부모의 관심이 합쳐져 초등학생에게 올바른 네티켓까지 심어줍니다. 새로운 시장 형성과 동시에 생겨나는 새로운 문화의 싹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이것이 에듀게임의 목적이고 비전입니다.”

대학생이 주 타겟인 또 다른 에듀게임 ‘토익넷’의 경우에는 모르는 것을 서로 묻고 답해주는 협동 커뮤니티가 뿌리를 내리고 있고, 한편으로는 점수를 높이기 위해 식음을 전폐하고 게임에 몰입한다는 ‘토폐인’까지 생겨날 정도다.

# 왜 게임에 열광하는가에서 해법

처음부터 길이 보였던 것은 아니다. 98년 ESL에듀를 설립하고 온라인 교육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어 선보인 몇몇 상품은 기존 대기업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교육시장 만큼 철저하게 브랜드와 인지도를 따지는 곳도 없다는 처절한 경험만 남았을 뿐이다. “대기업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기존 교육시장에서 정공법은 곧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시사, 대교 등 기존 대기업 교육 브랜드의 영향력이 너무나 컸죠.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온라인 교육시장의 주류는 동영상 강의와 모의시험이다. “오프라인의 강의와 시험이라는 두 가지 필수 요소를 그대로 온라인화한 것인데 알다시피 필요하지만 억지로 들어야 하는 것이 강의이고, 보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봐야하는 것이 시험 아닙니까. 공부는 해야하니까요. 억지를 탈피한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 우리 같은 신생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 제시하는 것 뿐이라 생각했죠.”

그가 주목한 것은 온라인 게임이었다. 아니 게임의 재미에서 돌파구를 찾았다는 점이 맞다. 최고의 문화산업으로, 어느 업종보다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게임과 게임시장에서 그는 배울 점이 많았다. 게임산업개발원 울타리로 회사를 옮기고 본격적으로 게임과의 접목을 시도했다. 새로운 방법론적 교육 컨셉을 게임에서 찾았다. 바로 에듀게임 개발이다. 게임의 경쟁요소, 대전 및 성장 시스템 등 흥미 유발 요소를 교육 콘텐츠와 접목한 기능성 게임이라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예전같으면 만화에서 혹은 영화나 책 내용을 소재로 게임이 많이 만들어졌죠.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게임만한 첨단 문화산업이 없습니다. 이제 오히려 게임에서 여러 가지를 배워야 할 때입니다. 왜 사람들이 그토록 게임에 열광하는지, 그런 요소를 응용해볼 수는 없는지 말입니다.” 올해 교육계와 게임계로부터 동시에 주목받으며 새로운 에듀게임 시장과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토익넷’과 ‘영어공략왕’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다.

# 긴 개발기간에 이은 끊임 없는 발품 마케팅

재미있게 교육 효과를 높여준다고 해서 에듀게임이 저절로 확산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안 사장의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과 발품 마케팅이 배경에 깔려있다. 토익 문제를 대결 방식으로 풀어가며 실력을 쌓는 ‘토익넷’ 서비스 때는 4차례나 서버를 바꾸는 시행착오를 거쳤다. “만들면 돌아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게임 서버 공부 제대로 했죠.” 계속해서 에러가 나자 마지막에는 협력사 서버 개발자를 아예 납치(?)해 강원도 산골 펜션에 가둬놓고 필요한 수준의 서버를 만들 때까지 못 나오게 했던 일화도 있다.

‘토익넷’이 교육에 목적을 둔 학습 도구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대학마다 찾아다녔다. 개발 및 서비스 전후로 2년여 동안 안사장은 물론 ESL에듀 전직원은 집에 돈 한 푼 갔다주지 못했다. 번역과 책 출판이라는 부수입으로 최소한의 필요 경비를 충당했다.

“와이프와 대학 동기 1명, 후배 1명 이렇게 4명이서 시작했죠. 월급은 꿈도 못꿨습니다. 두 딸은 한 명씩 본가와 처가에 맡겨야 했죠. 멤버들이 아주 가까웠고 서로 믿는 사이였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고 이제 시작이지만 이들에게 항상 고마울 뿐입니다.”

단기간에 승부가 나는 모바일 게임이 아니고, 초기 베타서비스에서 명암이 엇갈리는 온라인 게임도 아닌 에듀게임은 개발 기간이 길지만 정착과 확산을 위한 마케팅 기간도 무척이나 길다. 그 목적상 한번 하고 끝내도 상관없는 일반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발성 게임이 아닌 학습이라는 영구 목적을 살리기 위해, 즉 유저들이 꾸준히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게임 밸런싱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에듀게임 사업은 어지간한 인내가 아니고서는 끌고 가기 어려운 비즈니스다.

# 교육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 제시

이제 안 사장의 단기 목표는 에듀게임의 학습 효과에 대한 과학적 입증이다. 우선 순위는 아니지만 해외 시장에 대한 비전도 세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내 시장에서 확실하게 인정받고 자리 잡아야 한다.

“많이 알리고 이용해 볼 수 있도록 한 후 평가를 내려야 하는데 기존 온라인 게임과 동일한 시각에서 동접 수가 몇명이냐, 평균 얼마나 이용해야 돈이 되느냐 등을 기준으로 온라인 에듀게임을 평가하면 곤란합니다. 전혀 다릅니다. 100명의 동접자수도 에듀게임에서는 대단한 것입니다. 물론 돈도 되죠. 온라인 게임과 단순 비교해 경쟁력을 따지면 답이 안 나옵니다.”

최근 모 학술단체를 통해 에듀게임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연구에 착수한 것도 바로 학습 효과가 주목적인 기능성 게임으로서 재미를 바탕으로 교육적 효과를 높여준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학습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에듀게임이라는 것으로 하나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입니다. 즐겁게 하며 더 높은 학습효과를 얻는다는 컨셉이죠. 기존 보수적인 교육시장에 새로운 교육 방법과 트렌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ESL에듀를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인정하는 최고의 온라인 에듀게임 제작사로 키워갈 겁니다.”1996년 중앙대학교 철학과 졸업

1998년 펠리칸 카페 대표

2001년 페이퍼리스웹 컨설팅 인터넷 사업본부장

2002년 ESL에듀 대표이사

2004년 한국 사이버 교육학회 이사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