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대한민국게임대상]-대상 : `킹덤언더파이어:더크루세이더즈`

“아∼ 정말 너무 너무 감사하구요. 힘들게 개발해서 그런지 굉장히 감격적입니다.”

‘킹덤언더파이어:더크루세이더즈’로 영예의 대통령상인 대상을 수상, 트로피와 꽃다발을 받아든 판타그램 이상윤 사장은 감격에 겨워 어쩔 줄 몰라했다. 격앙된 감정을 감추느라 숨을 고르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 2000년 PC용 전략시뮬레이션게임인 ‘킹덤언더파이어’가 30만장 이상 팔리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그였다. 하지만 그는 이후 모든 것을 투자해 개발한 온라인게임 ‘샤이닝로어’가 실패하고 난 뒤, 맨손으로 이 게임을 다시 개발해야 했다. 그로서는 어렵게 개발한 게임이 세계시장에서 인정을 받은데 이어 이번 ‘2004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기까지 했으니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그는 “엔씨소프트와 결별을 했을 때 통장에는 2000만원밖에 없었는데 당시 비디오게임에 투자를 하겠다는 투자자를 찾을 수 없어 40억원에 달하는 개발비를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끝까지 신념을 잃지 않고 개발해 준 개발진들에게 고마울 뿐이다”는 말을 전했다.

‘킹덤언더파이어:더크루세이더즈’의 어떤 점 때문에 대상을 수상한 것으로 보이느냐는 질문에 그는 “심사위원들이 게임성과 완성도를 많이 본 것 같다”며 게임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저희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미국시장에서 반드시 성공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죠.”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하려면 완성도가 높은 게임을 만들어야만 했다는 설명이었다.

“외국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이 ‘카피캣’이냐 아니냐입니다. ‘킹덤언더파이어’는 콘솔게임이면서 액션과 전략을 더했다는 점에서 다른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독창성이 높이 평가돼 인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세계시장을 상대로 경쟁에 나서려면 가장 중시해야 하는 부분이 독창성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시장에서는 다른 게임을 모방한 게임은 절대로 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그가 알고 있는 냉혹한 법칙이었다.

“미국이나 일본 게임사들이 온라인게임을 못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지켜보다가 준비를 해서 들어올 것 입니다. 국내 게임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언젠가는 부딪쳐서 경쟁을 해야만 하는 상대입니다.”

이 사장은 국내 게임산업이 온라인게임 일색으로 흐르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온라인게임은 국내 게임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기는 했지만 비슷한 온라인게임이 양산되는 등 너무 기형적으로 발전한 감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아∼ 이런 게임이 되는구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비디오게임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지금보다 몇곱절 더 노력해서 판타그램을 블리자드나 EA등 세계적인 개발사들과 경쟁하며 함께 발전해 나가는 게임 개발사로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차기작과 관련해서는 “준비 중이지만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다만 PC나 온라인게임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 이어지는 질문 공세에 “네트워크 기능을 갖춘 콘솔게임이 될 수는 있을 것이며, ‘액션’이 들어가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사장은 이번에 대상을 수상한 ‘킹덤언더파이어:더크루세이더즈’는 총 40만에서 50만장 정도가 판매돼 약 7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총 32개월의 제작기간 동안 40여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X박스용 전략시뮬레이션 비디오게임이다. 전작인 ‘킹덤언더파이어’의 명성을 이어간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대작게임으로 지난 10월 첫 출시 후 북미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국산 비디오게임도 외국의 유명게임들과 경쟁을 할 만하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이에 이번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도 국산 비디오게임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됐다. 그래픽과 사운드도 해외 유명게임과 견줄 정도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기술·창작상의 그래픽과 사운드 부문까지 석권했다.

이 게임은 특히 온라인게임에 편중된 국산 게임의 개발 방향을 콘솔로까지 확대하는 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이 아직은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비디오게임에서는 주변국에 머물고 있는 상황인 것. 처음부터 국내용이 아니라 세계용으로 개발한 이 게임은 이미 10만장이 팔려 나갔고 내년 1월에는 일본과 유럽에도 진출, 국산 비디오게임의 위상을 세계 각지에 알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게임 내용도 서사적 구조의 장대한 스케일과 중세 영웅들의 활약상을 담은 대서사시로 펼쳐진다. 특히 플레이어가 영웅이 되어 뛰어든 전장에서 펼치는 대규모 전투는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올 정도로 실감난다. 최대 4명까지 멀티 플레이가 가능한 실시간 전략 액션게임으로 조작이 용이하고 타격감이 우수한 데다 군단을 이용한 집단 전투방식이 게임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려 준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