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이상윤

올해의 최고의 게임을 가름하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영예는 쟁쟁한 온라인게임을 제치고 콘솔 게임인 판타그램의 ‘컹덤언더파이어:더크루세이더즈’에 돌아갔다. 정말 의외의 결과다.

 업계에서는 대상만큼은 당연히 온라인게임이 차지할 것으로 관측해 왔으니 놀랄만도 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작품이 기술·그래픽·사운드 등 3개 부문을 모두 휩쓸었다는 점이다. 이는 이 작품이 얼마나 완성도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되었느냐는 점을 생각해볼 때 판타그램 관계자들의 노고에 진심어린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같은 결과는 국내에서는 다소 인기가 떨어지지만 세계 시장의 주류가 콘솔이고 여기에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 있는 관계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세계 시장은 콘솔게임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종주국이라고 자처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은 전체 시장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가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콘솔게임 부문은 외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이다. 콘솔을 빼놓고는 세계 3대 강국으로의 진입이란, 말그대로 구호에 머물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판타그램의 이상윤사장이다. 그는 게임업계의 풍운아라 불릴만큼 숱한 영예와 질시를 동시에 받아왔다.그의 역량에 대해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러나 그는 늘 결정적인 순간에 낙마와 고통을 되씹어야 했다.

 업계가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내수시장만을 도모하던 시절, 한국시장만을 겨냥해서는 더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세계시장을 꾀할 로드맵과 전략을 주문한 것도 그다. 그 때문인지 그는 국내에서보다는 외국에서 더 활동을 했고 한국게임업계 인물 가운데 몇 안되는 국제적 인사로 꼽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에게는 점프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완벽한 작품으로 꼽힌 ‘킹덤언더파이어’는 대박에도 불구, PC게임시장의 사양화로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했고 해외시장을 겨냥해 의욕적으로 만든 온라인게임 ‘샤이닝 로어’는 아쉽게도 주저앉고 말았다. 말그대로 그는 잊혀져 가는 인물로 전락한 것이다.

 그런 그가 ‘킹덤...’으로 화려하게 다시 돌아왔다. 그 것도 한 해를 결산하는 게임마당에서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편 것이다. 놀라운 재기의 발판이다.

 하지만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고 하지만 ‘킹덤...’이 어느만큼 시장에서 제몫을 해낼지는 의문이다. 또 과거 게임대상 수상작들이 작품성과 시장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을 비춰 보면 약점도 적지 않다. 그의 화려한 재기에 시선이 모아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의 동선이 어느 선에 귀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편집국장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