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숙원 사업 해넘긴다

올해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금 나와라 뚝딱 ’하는 도깨비 방망이라도 가졌으면 했던 숙원사업은 뭐였을까?

서로 다르긴 해도 해당 연구기관의 책임자인 기관장은 물론 직원들까지 ‘이 일만 해결된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바람 한두 개씩은 있게 마련이다.

19일 정부출연연구기관들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5개 기관이 서로 맞물려 있는 있는 ‘청사 건’이 대표적인 출연연의 숙원이다. 힘있는(?) 인사가 명쾌하게 정리만 해줘도 단박에 풀릴 일이지만 차일피일 현안에 밀려 올해도 해를 넘기고 있다.

◇청사 없는 기관만 속타=자체 청사가 없는 KISTI와 IITA는 현재 KAIST내에 있는 ETRI 소유의 건물에 세들어 있다. 이들 기관은 해마다 인력과 사무용품 등 살림이 늘면서 사무실마다 직원들이 고개만 들면 상대방 손에 잡힐 만큼 각종 서류 등이 쌓여있는 공간에서 협소한 살림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IITA의 경우는 현재 비어있는 ICU 화암캠퍼스로 옮겨가길 바라고 있고, KISTI는 옆의 IITA가 이사 갈 경우 이 건물을 인수해 과학기술정보 자료관을 겸한 청사로 활용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물론 ETRI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KAIST는 정문을 내도록 협조해야 한다.

논의는 진행 중이나 타결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각 출연연이 독립법인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기관간 인적교류를 추진하는 마당에 부처 간 재산공유를 어떻게 풀어갈 지가 관건이다.

◇일부선 사업비 확보가 지상과제=에너지연구원(KIER)은 50억 원이 당장 하늘에서 떨어지길 바라고 있다. 제주에 신재생에너지연구 고도화 기지 조성 사업을 추진중이지만 부지 매입비가 없어 사업 진행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대덕연구단지 조성 초기에 입주해 건물이 상당히 노후화됐다. 하지만 보다도 우리 나라의 표준시를 북한까지 커버할 수 있는 남북공유 장파 방송국 건립에 목을 매고 있다.

또 한국화학연구원(KRICT)의 경우는 70∼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출연연의 주도권을 쥔 대표 주자였지만 최근엔 R&D의 주도권을 BT나 NT, IT에 빼앗긴 상황이다. 이에 따라 BT나 NT, IT의 기초가 되는 신화학 연구를 통해 복권을 이루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

이미 시기를 놓쳐 쉽지야 않겠지만 당장 내년부터 나노화학센서 분야에 전력 투구,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방침이다.

과학재단의 경우는 기초연구전문지원기관 설립을 바라고 있다. 과기부가 없는 미국의 과학재단(NSF)처럼 독립기관화는 아니지만 나름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꿈’이다.

출연연 관계자는 “바람은 바람일 뿐 숙원 사업 실현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생명연이 최근 첨단 기숙사 완공으로 연구원들의 사기를 띄웠듯 숙원사업이 실현됐을 때의 파급효과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