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판매되는 주요 패키지 소프트웨어(SW)의 사용계약서가 이용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적용하고 있어 이에 대한 수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위원장 이교용)는 오병철 경상대학교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한 ‘SW 최종사용계약의 현황과 법적 규준 수립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연구는 대표적인 국내외 SW 6종에 첨부된 약관형태의 최종사용계약 내용을 법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이용자에 불리한 약관=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도비·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글과컴퓨터·안철수연구소·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세중나모인터랙티브 등 국내외에서 영향력 있는 6개 SW의 최종사용계약은 이용자에 불리한 약관을 상당부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구매한 제품의 환불시에 영수증을 온전한 상태로 제시(어도비·한글과컴퓨터·안철수연구소)해야 하며 환불기간을 30일로 제한(어도비)하기도 했다. 또 모든 최종사용계약에서 판매자가 환불의 주체로 명시됐으며 SW회사는 환불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지 않도록 돼 있다.
SW 양도와 관련, 최초구입자에 대해 1회의 양도만을 허용하고(한국마이크로소프트) 양도시 SW회사에 대한 통지를 요건으로 하는 조항(한글과컴퓨터·안철수연구소)도 부적절한 내용으로 평가됐다.
제품 업그레이드 후 구버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거나(한국마이크로소프트) 구버전의 폰트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한글과컴퓨터) 역시 사용자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품질보증과 관련해 프로그램의 결함에 대해서는 보증하지 않고 단지 유형 매체의 물리적 결함에 대해서만 보증(한국썬·한글과컴퓨터·안철수연구소·세중나모인터랙티브)하고 있다. 또 보증책임의 종류를 교환으로 한정하거나(한글과컴퓨터·세중나모인터랙티브) 구제방법을 SW회사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어도비·안철수연구소) 역시 불공정한 조항이라고 지적됐다.
무엇보다 분쟁에 따른 준거법 및 재판관할과 관련, 국내에서 거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본법을 준거법으로 하고 일본 도쿄지방법원을 재판관할(어도비)로 하고 있으며 SW회사의 편의를 고려해 준거법을 미국연방법령과 캘리포니아주 법령으로 하는 경우(한국썬)도 있다.
◇최종사용계약의 바람직한 모델 제시=연구에서는 개선내용을 중심으로 한 계약서 모델이 제시됐다.
모델에서는 우선 사용자가 최종사용계약의 모든 내용에 동의하는 경우에만 CD포장을 개봉토록 하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CD포장을 개봉하지 않은 채 구입한 곳에서 금액 전부를 환불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구입 영수증을 제시하는 경우에는 SW회사에서도 환불받을 수 있도록 했다.
SW 양도에서도 양도인은 SW를 양도할 수 있으며 양수인은 SW를 양수한 후 사용자등록을 변경하면 정품 사용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품질보증 기간관 관련, 결함을 발견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교환·환불·수리하는 방안을 명시토록 했다.
특히 준거법에 있어서는 대한민국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을 밝히도록 했다.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유인식 심의팀장은 “조사된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함은 물론 현행 약관규제에관한법률에도 저촉된다”며 “SW 저작권자와 최종사용자 간 거래에 관한 새로운 관점의 사용약관과 법적 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