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업계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토필드·홈캐스트·가온미디어·열림기술 등 국내 대표적인 셋톱박스 업계는 연중 상시채용을 원칙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엔지니어를 모집하고 있으나 적당한 인재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최근 A사는 경력 3년 이상의 대리급 엔지니어를 채용할 예정이었지만 적임자가 없어서 신입직원만 뽑는 것으로 대체했다. 또 다른 B사도 소프트웨어 임베디드 기술을 보유한 엔지니어를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6개월에서 1년 가량 연수를 시킨다는 방침아래 포괄적이나마 디지털 관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채용하기로 했다. 임베디드 SW개발자 중 팀장급 인력은 찾기 조차 힘들다.
이렇게 셋톱박스 업계에 인력난이 심한 것은 무엇보다 늘어나는 공급난을 수요가 맞춰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 각 국가별 디지털방송 규격은 물론, 방송사업자 마다 요구하는 사양이 틀려 셋톱박스 업계는 부족한 인력으로 업계의 요구사항을 채워주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톰슨이나 모토로라, 사이언틱 아틀란타 등 대표적인 외국 셋톱회사들의 아웃소싱 물량까지 겹치면서 주문이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인력으로서는 이들 주문을 소화하기 불가능하다. 특히 회사 규모가 커지는 정도에 따라 인력도 함께 늘어나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대부분의 셋톱박스 회사들이 올해 30∼40% 이상씩 성장한 데다, 내년에도 올해와 유사한 수준에서 목표치를 정하고 있어 인력난은 훨씬 심각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 추격에 대비해서 IP 셋톱박스나 PVR, 홈미디어서버 등 고부가 셋톱박스를 준비하고, 위성 DMB와 같은 차세대 기술 연구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셋톱박스가 디지털방송과 컴퓨터, 네트워크 기술이 총망라된 고난이도 기술을 요하는 분야여서 이를 모두 수용할 만한 인력이 별로 없다는 것.
홈캐스트 이승열 팀장은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셋톱박스 업계에서는 진행중인 프로젝트와 함께 중장기 과제도 준비해야 하는 만큼 엔지니어의 몫이 크다”며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 큰 일”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에 대한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형태로 연구효율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