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벤처 기업인 이오넥스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cdma2000 1x EVDO(이하 EVDO) 칩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CDMA 통신 종주국이라는 위상을 갖게 됐다.
그동안 국내 이동통신 산업은 CDMA 산업을 잉태하고 성장시켜 왔으나 핵심 기술인 통신용 칩을 상용화하지 못함으로써 원천 기술 업체인 퀄컴사에 사실상 종속됐다.
그러나 100% 자체 기술로 CDMA 통신의 최상위 버전인 EVDO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국내 휴대폰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가장 어려운 통신 칩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척박한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희망적인 메시지로도 평가된다.
◇CDMA 칩 상용화 현주소=세계적으로 퀄컴 외에 CDMA 통신 모뎀 칩을 상용화한 회사는 이오넥스와 대만의 비아, 국내의 삼성전자에 불과하다.
퀄컴은 원천 기술 보유업체로 CDMA의 기술 로드맵을 그리면서 시장을 거의 100% 독주하고 있다. 대만의 비아는 보급형 CDMA 버전인 cdma2000 1x 칩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으나 기술 문제 등으로 제한적으로 채택되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도 자체 칩을 상용화했으나 퀄컴과의 계약에 따라 국내형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TI 측도 자체 CDMA 칩을 개발했으나 상용화하지 못하고 최근 CDMA 칩 사업을 접었다.
특히 퀄컴을 제외하고는 EVDO 칩 개발에 성공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이오넥스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오넥스는 하이엔드 분야인 EVDO에서는 퀄컴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어떤 영향 미치나=EVDO는 CDMA 통신의 최고급 기술로, 앞으로 도입되는 CDMA 서비스는 모두 EVDO를 염두에 두고 설치될 수밖에 없어 향후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CDMA 시장에서 이오넥스의 몫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오넥스의 EVDO 칩 양산은 국내 휴대폰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퀄컴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100% 의존해오던 퀄컴의 대안이 출현함으로써 휴대폰 업체들은 과거보다 다양하게 제품 개발을 할 수 있으며, 공급자 위주로 돌아가던 수급 문제로부터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특히 국내 휴대폰업체와 이오넥스 간에 특화된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것도 강점이 될 전망이다.
또 EVDO에서 경쟁구도가 갖춰짐에 따라 더욱 저렴하게 칩을 공급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중국·대만 등의 저가 휴대폰 공세에 대응할 수 있어, 국내 휴대폰 산업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SoC 산업에 희망의 빛=시스템온칩(SoC)의 결정체인 통신용 모뎀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국내 비메모리반도체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통신용 칩에는 통신 기술뿐 아니라 각종 멀티미디어 기술, 프로세서 기술, 메모리 기술 등이 모두 동원되며 공정기술도 나노급 공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용화에서 가장 어려운 점인 소프트웨어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오넥스 전성현 사장은 “칩 설계보다도 상용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짜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웠다”며 “실제 상황에서 소프트웨어가 성공적으로 돌아간 것이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오넥스의 CDMA 칩 성공을 계기로 다른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이 잇달아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