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경남 창원 소재의 창원호텔 2층 돌체소연회장. 국산 전사자원관리(ERP)업체인 영림원소프트랩(대표 권영범)이 창원과 경남 지역의 중소기업(SMB) 고객 확보를 위해 신제품 발표와 함께 성공사례 발표회를 가졌다. 영림원이 지방에서 이 같은 행사를 개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과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창원 지역의 중소업체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자리다. 국내 경기침체 속에도 승승장구하는 조선과 자동차기업의 협력업체들이 ERP를 새롭게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감지한 것이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사장은 “수도권의 기업들은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상당수가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한 반면 지방 업체들은 정보화에 뒤처져 있다”며 “지방의 중소기업들도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보기술(IT)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소프트웨어(SW)업체들이 새로운 수익원 발굴과 중소기업 고객 확보를 위해 지방 시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외국계 SW업체들은 거점 채널을 통해 효과적으로 지방 시장을 공략한 반면, 국내 SW업체들은 자금력과 고객 기반이 취약해 지방시장을 사실상 놓치고 있었다. 국산 SW업체들은 외국계 업체들이 중소기업 시장 공략을 강화한데다, 경기 침체로 수도권의 수요가 크게 줄어듦에 따라 지방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지방 고객을 위한 세미나 개최를 비롯해 지역 채널 확대, 교육 강화 등 다양한 지방시장 공략책을 발굴, 일부 업체들은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국내 대표적인 미들웨어업체인 티맥스소프트(대표 김병국)는 지난 10월부터 지방 협력사 체계를 새로 구축한 후 부산·대구·대전·광주 등 광역도시를 중심으로 40여개의 고객을 확보했다. 티맥스는 지방 협력체계를 구축한 후 연말까지 4대 광역도시에서만 1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티맥스 지방 매출은 총 20억원으로, 최근 3개월간 절반 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김병국 티맥스소프트 사장은 “협력사에 가격협상과 같은 많은 권한을 부여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내년에는 미들웨어는 물론 보안제품,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등의 솔루션도 협력사를 통해 지방 매출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티맥스소프트는 내년에 4대 권역 협력사를 중심으로 지방 미들웨어 시장의 50%를 장악, 4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BEA시스템즈코리아·한국IBM 등 경쟁사에 비해 지방시장 협력체계 구축은 늦었지만, 지방의 공공과 금융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매출을 높여갈 예정이다. 김 사장은 “협력사를 대상으로 유지보수와 기술교육을 완료한 상태”라며 “내년에 금융·공공과 함께 지방 매출이 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용 검색엔진업체인 코리아와이즈넛(대표 박재호)은 내년 1월에 지역별 채널 정책을 새로 발표한다. 이는 지방 고객에 대한 유지보수 등 각종 서비스 혜택을 높이기 위해서다. 향후 신규 프로젝트 발굴과 영업까지도 고려한 전략이다. 서울·인천·경기도는 본사가, 충청·경상·전라권은 채널을 선정해 사후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핸디소프트가 몇년 전 그룹웨어를 정착시키며 지방 채널 정책을 펼쳤던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박재호 코리아와이즈넛 사장은 “지난해에 비해 지방 고객이 2배 가량 늘어남에 따라 지방 고객을 위한 현지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며 “지방 채널 정책은 고객 만족과 더불어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식관리(KM)업체인 온더아이티(대표 김범수)도 올해 말까지 전국적으로 78개의 판매 대리점 확보와 교육지원체계 구축을 완료하고 내년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다.
김범수 온더아이티 사장은 “KM에 대한 필요성의 확산으로 지방 중소기업에서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지방의 판매나 유지보수 등을 감안하면 대리점 형태의 영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온더아이티는 전체 매출의 20% 가량을 지방에서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익종·이병희기자@전자신문, ijkim·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