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장비 특허컨소시엄 발족 의미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컨소시엄 운영체계

반도체·디스플레이장비 특허컨소시엄의 출범은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선진 장비업체들의 특허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업인 소자기업과 중소업체인 장비업체들이 힘을 합친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이 분야는 우리 주력 수출산업으로 떠오르면서 해외 업체들의 견제가 어느 때보다 심해지고 있어 공동 대응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허컨소시엄은 중소기업에는 효과적인 특허분쟁 대응전략을, 대기업에는 우회기술 확보와 공정기술 개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대·중소기업 협력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디스플레이장비 분야 특허분쟁 사례=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특허 분쟁은 미국 AMAT(AKT)가 주성엔지니어링을 지난해 12월 대만법원에 제소한 것을 비롯해 공식화되지 않은 사례와 잠재 분쟁을 포함하면 10여건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특히 LCD용 PE CVD 장비 제조기술과 관련된 AMAT의 특허 공세는 8개월 후 원천무효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영업 기회를 박탈, 효과적인 대응책이 필요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높다.

 올 들어서도 일본 TEL이 국내 주요 LCD용 장비업체에 침해 경고를 함으로써 이 기업 대만 진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해외에서는 지난 90년대 중반에 AMAT가 ASM·노벨러스·스테그AST 등을 상대로 이 같은 분쟁을 일으켜 소송을 당한 측은 막대한 로열티를 물거나 사업에서 철수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국내 장비업계의 특허 분쟁 대비 현황=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장비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장비업체(특허컨소시엄 참여업체 기준)의 90% 이상이 매출 규모가 1000억원 이하로 선진 장비업체에 비해 매우 영세하다. 특허전담 인원은 장비업체의 70%가 한두 명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특허 양적인 측면에서도 장비업체의 국내 특허 총합(출원 및 등록) 건수 1455건, 해외 특허 450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허 분쟁이 발생하면 최악의 경우 생산을 중단해야 하므로 설비투자 시장과 성장 기회를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

 반면 국내 대기업은 평균 40여명, 최고 120명의 특허 전담 인원을 보유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대기업의 배려가 절실하다.

 협회 한 관계자는 “외국 독점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최근 기술력이 높아지고 있는 국내 장비업체의 시장 진입이 특급 경계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초기 진입을 방지하기 위해 특허 공세에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중소기업 윈윈=선진 장비업계의 특허 공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결국 국내 장비산업뿐 아니라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업계 경쟁력도 치명타를 받게 된다.

 장비업체는 특허컨소시엄을 통해 첨단 공정기술 정보와 미래 제품 개발 방향에 대한 정보를 습득, 특허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세계 시장 진입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대기업은 우회기술 확보, 공정기술 개선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을 달성하고, 국내에서 경쟁력을 갖춘 전문 장비업체를 육성함으로써 해외 기업 의존도를 줄여 가격 협상 우위를 확보하고 설비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운영 방안 및 역할=특허컨소시엄은 사실상 민간 주도로 운용되며 운용비용 일부를 정부가 지원한다. 특허컨소시엄 참여기관은 대기업·중소기업·연구소를 포함해 현재 총 32곳. 그러나 문호를 개방해 참여업체 수를 늘려 나갈 방침이다.

 특허컨소시엄은 △주요 경쟁업체(10개사)의 국내 특허를 중심으로 DB화 작업을 추진하고 △특정 장비에 대한 분쟁 소지 발생시 국내 관련 장비업체 간 특허 풀을 통해 공동 대응하며 △장비업체별 특허 역량에 따라 인력양성·특허분석 및 대응 등 맞춤형 지원을 실시한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