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신조요? 그야, 의리죠. 굳건한 신뢰도 중요하고요.”
서울시 마포의 어느 한 찻집에서 만난 LG히다찌의 최종원 금융사업부장(44, 상무). 상투적인 질문에도 그의 대답은 처음부터 거침이 없었다.
20여 년 간의 비즈니스 경험을 통해 터득했다고나 할까. 지난 86년 LG전자 컴퓨터사업부 입사 이후 일본 히타치제작소와 LG전자의 합작사인 LG히다찌의 설립도 두 기업간 신뢰가 바탕이 됐다는 설명이다. 물론 두 기업은 현재 상호 윈-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람이나 기업의 일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현실적이라는 얘기를 듣기 쉽습니다. 그런 얘기가 듣기 싫어서라도 의리와 믿음이 중요하다고 스스로 다짐을 하곤 합니다.”
요즘 같은 개인주의 생활 풍토 속에서도 다소 생경할 것 같은 의리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걸 보면 그도 역시 옛날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첫 만남부터 부드러우면서도 강단 있는 어투를 토해냈다. 하지만 얼굴 분위기는 강원도 전통의 토속적인 냄새가 짙게 배어나온다.
“인간적인 의리나 신뢰는 비즈니스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인데도 불구하고 사실은 그처럼 지켜내기 어려운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쉬운 길처럼 보이는 현실적인 유혹들이 널려 있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그러나 그것이 성공의 요소가 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추진해온 한국기업과 해외기업의 협력사업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LG히다찌는 합작법인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사업을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다국적기업중 하나다. IMF를 전후해 국내 벤처기업의 고객관계관리(CRM) 패키지를 일본시장에 수출하는데 앞장섰고, 위기관리시스템(DRM)·기업프로세스관리(BPM)시스템 등 솔루션의 수출에도 나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최 상무는 “국내 기업의 시스템 개발 능력이 우수한 만큼 일본 내에서 경쟁력이 있고 일본 기업서도 이를 활용,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상호 윈윈이 가능한 모델이었다”며 “무엇보다 그동안 일본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고 소개했다.
일본 대기업의 경우 특히 신뢰를 생명처럼 여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인 한빛소프트와 히타치제작소와 협력, 일본 내 게임법인인 ‘HUE‘을 설립하기도 했다.
그의 취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소 생소하기는 하지만 ‘국제교류‘가 그의 취미란다. “‘히포‘라는 가족단위의 국제 문화교류 단체가 있는데, 현재 이 단체 한국지부에 소속돼 있습니다.” 글로벌 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가족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 시작한 것이 생활이자 취미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벌써 일본·미국·뉴질랜드·독일·호주·싱가폴 등의 회원 가족을 받아들여 한국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물론 그 자신도 일본과 뉴질랜드·미국 등지를 다녀왔다. 그의 두 딸도 일본을 다녀오는 등 현지문화 체험기회를 가졌다.
최 상무는 “신뢰가 쌓이고 쌓이면 모든 것이 가능한 것 같다”며 “비즈니스든 문화교류든 앞으로 그런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희망을 피력했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