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정보화 사업 발주시 국산 장비에 대한 차별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지자체가 여전히 국산 장비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각 지자체마다 추진중인 자료관시스템 구축사업에서 대구경북지역 일부 지자체가 사업 시방서에 ‘독소조항’을 만들어 국산 장비 공급을 교묘히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로 특정 제품만이 가지고 있는 세부사양을 명시(규격 작업)하거나 납품 실적이 없는 제품은 아예 설치를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례=자료관 시스템 구축업체인 H사는 최근 지자체에 예정된 국산 장비 공급을 포기하고 외산 스토리지(하드디스크)를 납품했다. 해당 직원이 ‘공공기관에 동일 목적의 납품실적이 있는 제품을 요구할 수 있다’는 시방서의 조건을 들어 국산 스토리지 납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가 처음에 제시한 국산 스토리지는 시방서 세부규격을 충분히 만족하고 가격까지 저렴하지만 단지 자료관시스템 구축에 납품한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배제된 셈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이처럼 국산 하드웨어 장비를 외면한다면 국산 장비는 납품실적이 많은 외산에 밀려 고사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산 스토리지 공급업체인 W사도 최근 경북의 기초 지자체 자료관시스템 입찰에 참여했다가 외산 특정 스토리지 제품만이 만족할 수 있는 시방서의 장비 세부규격 때문에 낙찰 순위에서 밀리고 말았다.
이처럼 자료관 시스템을 구축했거나 준비중인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시방서에 외산 스토리지에 맞게 규격작업을 하거나 아예 납품실적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토리지업체인 A사 사장은 “상당수 지자체가 서버와 스토리지는 동일제품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국산 스토리지를 넣지말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왜 외산을 고집하나=관련업계에서는 아무리 시방서 규격을 만족하더라도 자료관시스템에서 검증되지 않은 국산 스토리지를 도입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문책을 당한다는 공무원의 보신주의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세부규격을 외산제품에 맞게 작성하고 있으며, 세부규격을 국산 제품이 충족하더라도 ‘동일목적에서 납품된 실적이 있는 제품을 요구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시방서에 삽입하고 있다.
한 지자체 자료관시스템 담당 직원은 “외산을 굳이 도입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중요 데이터를 저장하는 스토리지의 안정성을 최대한 고려하다 보니 사양을 까다롭게 제시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안은=스토리지 공급업체인 B사 관계자는 “정부가 국산 중소기업의 제품을 권장하는 지침에 머물 것이 아니라 국산 장비를 의무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각종 정보화 시스템 구축사업에서 관행처럼 되고 있는 시방서 독소조항, 규격작업 등이 개선되야 하며 특정업체 밀어주기를 방지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내부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자료관시스템은 내년 전국적으로 지자체와 교육청, 대학 등 총 300여 곳이 구축할 예정이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