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자산 건전성의 새로운 국제표준이 될 바젤Ⅱ에 대응하기 위한 은행권의 시스템 구축이 본격화된다.
특히 최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이 2007년 말 국내 시장 적용 방침을 공식 발표하면서 이 같은 은행권의 행보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본지가 최근 23개 주요 시중은행과 보험·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도 금융IT 이슈조사(복수응답)에서도 은행(11개)의 80%, 전체 금융권의 65%가 ‘바젤Ⅱ 또는 리스크관리’를 꼽아 이 같은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 은행권 동향=국민은행, 신한·조흥 은행, 우리은행, 농협,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바젤 시스템 구축을 시작했거나 조만간 프로젝트를 가동할 계획이다.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며 2006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지난 3분기 액센추어와 컨설팅을 마친 데 이어 최근 신용리스크 부문에서 IBM BCS와 SAS코리아를 선정,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조만간 운영리스크 시스템 사업자도 선정할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우리은행은 지난 11월 삼정KPMG와 운영리스크 부문 컨설팅을 마치고 내년 초 삼일회계법인·한국HP 컨소시엄과 SAS의 솔루션을 적용, 시스템 구축에 들어간다. 이와 함께 내년 상반기부터 고급IRB법을 적용한 신용리스크 관리시스템을 병행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신한·조흥 은행의 차세대 사업을 진행중인 신한금융지주회사도 현재 삼일회계법인과 바젤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대개 컨설팅이 6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스템 구축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농협도 내년 초 컨설팅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9월 초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한 기업은행은 최근 액센추어와 신용리스크 부문 컨설팅(1차)에 착수했으며 운영리스크 부문에서는 KPMG를 컨설팅 사업자로 선정했다.
또 산업은행도 오는 2006년 말 시행을 목표로 지난 9월 말부터 약 6개월의 일정으로 액센추어·올리버와이먼 등과 신용리스크 부문 컨설팅 작업을 진행중이다.
◇감독당국의 방침=최근 금감위와 금감원은 오는 2007년 말부터 바젤Ⅱ의 시장적용 방침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은 2007년 4분기 보고서 분부터 바젤의 자산 건전성 기준에 따라 작성해야 한다.
금감원은 바젤의 신용·운영·시장 리스크 측정체계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신용리스크 부문과 관련, 구현방식의 선택은 일단 자율의사에 맡기기로 했다. 금감원은 향후 은행별로 바젤 협약 추진을 독려하고 이에 부합하는 은행별 신용평가시스템의 사전운용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오는 2006년 말(고급법 적용시 2007년 말) 시행을 앞두고 있는 바젤Ⅱ 협약은 지난 88년 제정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규제(최소 8% 보유) 제도가 금융시장의 변화와 획일적인 위험가중치 반영으로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등장했다. 신용·시장 리스크 중심으로 구성된 기존 BIS 규정에 운영 리스크와 감독당국의 점검, 시장공시 규율 강화 등이 추가됐다.
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구현 방식은 신용리스크 부문에서 표준방법·기초IRB법·고급IRB법(최상위), 운영리스크에서 기초지표법·표준방법·고급측정법(AMA) 등 가운데 각각 하나를 채택하도록 돼 있다.
◇전망=지난 7월 컨설팅 전문업체인 액센추어가 전세계(국내 5개 은행 포함)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형 은행(총 자산 1000억달러 이상)의 경우 바젤 대응체계 구현에 각각 약 7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의 경우 바젤Ⅱ 관련 IT투자(컨설팅, 솔루션, SI 등 포함) 규모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은행당 평균 200억∼3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 컨설팅에 이어 시스템 구축이 본격화될 경우 향후 2년 동안 전체적으로 약 4000억원 규모의 바젤 특수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