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반도체 기업에서 배운다](12)엔비디아코리아 한석호 사장

“편집증적으로 일에 매달린다 것이 엔비디아의 생존 비결입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 칩은 중앙처리장치(CPU)의 엄청난 포식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CPU에 흡수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의 생존 모델은 국내 팹리스 반도체 업체들의 역할모델이 되고 있다.

엔비디아코리아 한석호 사장(43)은 엔비디아가 업계에서 하나의 전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을 일에 대한 편집증적인 집착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엔비디아 본사 주차장에는 평일이든 주말이든 할 것 없이 차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한 잡지사가 주말 주차량을 조사하는데 엔비디아는 항상 상위에 랭크됩니다. 모두 일밖에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일에 몰두하게 된 것은 전 직원이 비전에 대해서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한사장은 설명했다.

“비전을 공유한다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엔비디아가 계속해서 시장에서 선두를 달릴 가능성이 있다는 자부심입니다. 그래픽이 존재하는 모든 분야는 앞으로 엔비디아의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고, 하나하나 영역을 넓혀가면서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직원들이 비전입니다.”

엔비디아의 가능성은 이 회사가 보유한 반도체 설계자산(IP)에서도 드러난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그래픽 분야에서 전문적인 IP를 1200개나 개발했다. 그러나 이중 10% 정도만이 상품화됐을 뿐이고 나머지 IP들이 미래 시장을 위해 준비된 것이다.

“엔비디아는 PC용 그래픽 칩에서부터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각종 게임기 시장, 휴대폰 등 휴대기기 시장, 디지털TV 등의 시장으로 말입니다.”

미래의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회사는 다양한 전략을 펴고 있다. 전체 직원의 65%가 엔지니어로 코어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는 기술 전략과 신속하고 기민한 움직임을 위해 중간 보고 체계를 대폭 줄인 간략한 의사 결정 체계를 엔비디아는 갖췄다.

“엔비디아는 담당 상관과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즉시 연락해 바로 결정해서 시행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불필요한 의사소통을 줄이는 것입니다. 다만, 이런 시스템으로 간부 및 임원들의 업무가 엄청나게 많고, 결국 미친 듯이 일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최근들에 국내에서 휴대폰을 중심으로 엔비디아의 경쟁 업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사장은 국내 업체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엔비디아가 수많은 그래픽 칩 업체 중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코어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진출했다는 것입니다. 현재 국내 업계에서는 아직 주요 IP를 사서 대응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기간의 수익도 중요하지만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고유기술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고 생각됩니다.”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엔비디아처럼 자기만의 핵심 기술을 확보해야 하고, 고유 기술에 기반한 로드맵을 만들 수 있어야 한국의 엔비디아가 탄생할 것이라고 한사장은 조언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

<엔비디아는 어떤 회사>

엔비디아는 그래픽 및 통신 프로세서 업체로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클라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2000명의 직원이 20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엔비디아는 매년 세계 팹리스 순위 상워권에 랭크되고 있으며 전문 칩으로 높은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유명하다. 특히 인텔의 ‘통합’ 전략 속에서도 창업 이후 10년 동안 한발 앞서 제품을 개발하고 특화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인텔 CPU에 포섭되지 않은 것은 업계에서 대표적인 팹리스 성공 사례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비주얼 컴퓨팅 기술의 선두주자로서, 소비자 및 전문가용 컴퓨팅 플랫폼상에서 인터렉티브 한 경험을 향상시키는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의 칩은 소비자용 디지털 미디어 PC, 기업용 PC,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 디지털 콘텐츠 제작 시스템, 노트북 PC, 군사 네비게이션 시스템, 비디오 게임 지원 등 다양한 컴퓨팅 플랫폼에서 사용된다.

대표 제품으로는 데스크톱 등에 사용되는 지포스, 휴대용기기기 분야의 고포스, CPU와 호환되는 칩세트 류인 엠포스 등이 있으며 내년에는 디지털TV용 칩 제품군을 선보일 예정이다.

엔비디아코리아는 지난 2002년 3월 공식 설립되었으며 현재 한석호 사장과 10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