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길드의 장 ‘마루’에게서 배운 스킬은 유용했으나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는 역시 무용지물이었다. 처음 도전한 러쉬 모드에서 1회전 탈락의 쓴 잔을 원샷한 기자. 심기일전해 다시 연습 모드에서 차근히 플레이하며 최종 목표를 러쉬 모드 1등으로 결정했다. 과연 그 험난한 여정을 헤치고 달콤한 우승의 맛을 섭취할 수 있을지….기자는 ‘당신은 골프왕(이하 당골왕)’ 최고수 마루에게 배운 실력을 실전에서 바로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것은 완벽한 객기! 그것도 대회 모드나 일대일 모드가 아니라, 최근 고수들이 구름처럼 몰린다는 러쉬 모드로 입장했다. 마음을 졸이며 방으로 들어가자 수십 명의 실력자들이 와글와글 모여 있었다.
“어서 시작합시다.”
“50명 채워지면 고고고고 --;;”
“그냥 30명만 넘어도 가시지∼.”
러쉬 모드에는 수십 명의 유저들이 동시에 게임을 시작해 경쟁을 펼치는 게임으로 타 유저들의 캐릭터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공만 화면에 나온다. 많게는 60개의 골프공들이 필드를 날아 다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그러나 러쉬 모드는 누군가 가장 먼저 퍼팅을 성공시키면 그때부터 30초의 시간이 주어지고 다른 유저들은 그 시간 내에 홀인하지 않으면 바로 쫓겨난다. 일명 공포의 땡그랑∼.
‘설마 1회전에서 탈락하겠어. 그래도 완주는 하겠지. 배운게 있는데 말이야….’
도대체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맵은 포모사 초원. 유저가 60명이나 모이자 방장이 드디어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긴장되는 카운터가 시작되고 미리 익혀뒀던 맵의 구조를 되새기며 심장을 진정시켰다. 카운터가 끝나자 마우스를 잡고 방향 조준을 시작하는데 타 유저들의 골프공들이 미사일처럼 슝슝 날아 올랐다.
‘아니, 벌써 쳤어?’
다급한 마음에 마우스 왼쪽 버튼과 오른쪽 버튼으로 타격 연습하는 것도 생략하고 바로 샷을 때렸다. 나이스 샷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공은 날아 올랐고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하지만 다른 유저들은 벌써 2타를 치고 있었고 쉴새없이 공들이 하늘을 날았다. 도저히 여유잡고 차분히 샷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였다.
대충 방향을 재고 타이밍을 맞춰 공을 계속 쳤다. 3타 만에 필드에 올랐으나 ‘땡그랑’ 소리가 나며 30초 시간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더욱 다급해졌다. 6미터 퍼팅의 기회를 서둘러 치는 바람에 약간 옆으로 벗어나고 말았고 30초 시간은 종료되고 말았다. 결과는 볼 것도 없이 1회전 탈락. 충격적인 강퇴를 당하고 로비로 돌아온 기자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마루에게 긴급 타전을 보냈다.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정신적 충격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고수의 따뜻한 말과 필살 공략이 필요하다.
“저기, 자리에 계신가요?”
“네, 여기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마루는 친절하게 다양한 팁과 공략을 설명해주고 역시 연습 부족과 경험을 지적했다.
“‘당골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샷의 타이밍입니다. 그런데 러쉬 모드는 그렇게 할 시간이 없죠? 그래서 평소에 연습을 많이 해야 하고 감을 익혀야 합니다. 정확한 샷을 치지 않으면 2타가 3타로 늘어나고 퍼팅도 한번에 들어갈 것을 2번에 들어가고 그래요. 그럼 30초 종이 울리면 다급해져서 평소 실력도 나오지 않는 것이죠.”▲공의 스핀 : 샷을 할 때 화면의 ‘shot’ 표시 위에 골프공 모양의 이미지가 있다. 이를 마우스로 클릭하면 공이 커지면서 타점을 조정할 수 있다. 마우스로 타점을 이동하면 공에 스핀이 걸리는데 왼쪽으로 이동하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타구가 나온다. 반대로 오른쪽에 타점을 주면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떨어진다. 공의 위쪽으로 타점을 이동하면 땅에 닿으면서 굴러가 비거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타점을 아래로 옮기면 높이 떴다가 뚝 떨어져 땅에서 구르지 않고 정지한다. 이런 요소를 적절히 고려한 샷이 진정한 고수의 길이다.
▲퍼팅 : 퍼팅은 기본적으로 경험과 감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계산해도 홀인의 성공률을 매우 높일 수 있다. 퍼팅 화면은 바둑판 모양에 삼각형의 방향 표시가 보인다. 그린의 기울기를 나타내는 이 표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퍼팅의 고수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삼각형의 방향에 역으로 공의 방향을 키보드의 화살키로 움직이는 것이다. 만약 오른쪽으로 삼각형이 2개 있고 왼쪽 방향의 삼각형이 1개 있다면 왼쪽으로 방향을 한 번만 살짝 틀어준다. 기울기를 일일이 확인하기 위해 시점을 바닥으로 향하게 하고 조금씩 전진하며 살피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한번에 보이는 화면에서 순간 판단을 하고 바로 퍼팅을 해야만 타 유저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러쉬 모드에서는 더욱 그렇다.
▲칩샷 : 칩샷이란 그린의 주변에 떨어진 공을 홀에 최대한 가까이 치는 샷을 말한다. 칩샷은 90%의 힘으로 치는 것이 포인트다. 100%로 치면 홀컵을 거의 다 넘어가 버린다. 바람은 1∼2미터까지는 무시한다. 하지만 완전히 영향을 안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홀과의 거리에 따라 조금 방향을 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칩샷은 10∼15미터 거리에서 가장 좋으며 칩인의 성공률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20미터가 넘으면 공을 높이 띄워야 하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과 그린의 굴곡을 고려해야만 한다.마루의 조언에 다시 힘을 얻었다. 말로 듣기는 왜 그렇게 쉬운지…. 러쉬 모드에서 골프공을 백개 이상 얻으리라는 욕심을 버렸다. 차분히 대회 모드와 연습 모드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골프채를 꺼내 들어야 했다. 일단 연습 모드로 들어가 가장 무난한 카투스 사막 맵에서 18홀을 돌았다. 1번 홀은 일직선으로 짜여져 있어 쉬운 편에 속했다.
하지만 그린 주변을 벙커가 둘러싼 형국이라 2타째는 정확한 샷이 필요하다. 2번 홀은 9자 모양의 구조로 디자인된 맵이다. 중간 지역에 나무가 있어 바로 공을 넘길 수 없고 돌아 가야한다. 괜히 욕심내면 OB나 러프로 공이 떨어져 상황만 나빠진다.
5번 홀은 난해한 곳이다. 흡사 부메랑처럼 휘어진 모습을 하고 있는 구조이며 곳곳에 벙커가 도사린다. 나무의 위치도 오묘하게 공의 진로를 막고 있어 정확하고 강한 샷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공에 스핀을 먹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9번홀은 ㄱ 자로 꺾어진 모양을 하고 있는데 징검다리처럼 중간 필드가 하나 있다. 하지만 여기를 노리면 OB가 나올 확률이 매우 높다. 가능한 강한 샷으로 안전지대를 통해 그린에 공을 올리는 전략이 주효하다.
어느 정도 연습을 하자 다시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러쉬 모드 일등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기필코 달성하리라 마음 먹었다. 아자, 아자, 아자!!! 파이팅!!! 나는 골프왕.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