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갑신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이 맘 때면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오래된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맞아 들이자는 뜻이다. 그렇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저 멀리 보내야할 오래된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 중 하나로 게임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몰이해를 꼽고 싶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일종의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어둠 속에 혼자 버려진다거나 알 수 없는 낮선 곳에 가게 됐을 때 이러한 공포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장소 뿐 아니라 문화적인 현상에 대해서도 마찮가지로 일어난다. 소위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세대간 갈등이 바로 그렇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즐기는 놀이나 춤, 노래 등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어른들은 여기에서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다. 바로 ‘모르는 것=나쁜 것’이라는 등식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가정 어느 곳에 가 봐도 부모와 아이들이 갈등을 겪는 원인 중 하나가 ‘게임’이다. 이 게임으로 인해 부모와 아이가 갈등하고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갈등 요인인 게임에 대해 과연 부모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극히 소수를 제외한다면 거의 게임에 대해 ‘무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은 정보화사회에 등장한 첨단 문화상품이고 엔터테인먼트의 총아다. 게임을 모른다면 앞으로 미래 비즈니스에 적응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미 정부도 게임을 10대 미래 성장동력산업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근거도, 연구도 없이 ‘게임은 나쁘다’는 편견에 빠져 있다. 학부모와 어른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미국 최고의 대학 하버드의 비즈니스스쿨에서 발간한 책이다.
‘Got Game’이란 제목의 책으로 저자는 앞으로 게임을 즐기며 자란 g세대가 기업을 이끌어갈 CEO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불과 10년 아니면 20년 후의 얘기다. 그리고 게임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도 하나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게임을 잘만 이용하면 교육 등에 탁월한 효과를 가져다 준다고 말한다. 게임은 우선 창의력과 순발력·집중력을 높이는 데에도 효과만점이다. 게임에서 다양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는 과정이 바로 창의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은 게임 문외한인 우리 학부모와 교육계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게임은 이미 우리의 생활 일부가 돼 버렸다. 이같은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내년에는 부디 많은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게임 공포’에서 벗어나 ‘게임과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김병억부장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