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해를 마감하면서 더게임스 크로스 리뷰팀의 날카로운 눈을 거쳤던 40여 개의 게임들을 종합해 본다. 매주 가장 이슈가 되는 게임들을 선택해 게임 전문인들의 시각으로 살펴봤던 크로스 리뷰는 점수가 ‘짠’ 것으로 유명했다.
이 중에는 일반인들이 열광하는 인기 게임이 있었고 대작의 그늘에서 가려졌던 숨겨진 범작을 발굴하기도 했다. 또 주관적 판단을 접고 항상 객관적인 잣대에서 냉정한 평가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던 필자들의 고충도 이번 기회에 들어 봤다.
근 일년 동안 진행됐던 크로스 리뷰의 최고 점수는 ‘하프 라이프 2’였다. 이 게임은 평점 9라는 놀라운 점수로 정상을 차지했으며 특히 그래픽 부분은 만점에 가까운 9.7을 기록,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9점을 넘은 타이틀은 이 게임이 유일하며 8점대에서는 ‘더 심즈 2’와 ‘귀무자 3’, ‘언리얼 토너먼트 2004’, ‘위닝일레븐 8’ 등 몇 개에 불과하다.
이 게임 중에서 국내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귀무자 3’와 ‘위닝일레븐 8’으로 압축된다.
대부분의 크로스 리뷰 게임들은 7점대로 형성하고 있으며 8점을 넘으면 대작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파 2005’와 ‘NBA 라이브 2005’, ‘닌자 가이덴’, ‘팡야’, ‘카트라이더’ 등이 7점대의 대표적인 게임들이다. 특히 ‘팡야’와 ‘카트라이더’는 일본 게임을 모방한 작품이라는 논란 속에서 흥행성만큼은 높은 점수를 받아 7점대에 진입한 경우다.
최하 점수의 불명예는 SCEK에서 발매한 PS2용 액션 게임 ‘사이폰 필터: 오메가 바이러스’였다. 이 게임은 그래픽과 조작감에서만 6점을 간신히 넘었고 사운드와 완성도, 흥행성에서는 5점과 4점대를 보이는 등 최악의 점수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로즈 온라인’은 6.8점을 받았고 ‘빨간 마후라’ 6점, ‘씰 온라인’ 6.1점, ‘트라비아’ 6.6점, ‘파병’ 6.3점, ‘스페셜 포스’ 6.6점, ‘RF 온라인’ 6.6 등 국내 유수의 온라인 게임들이 저조한 성적을 기록해 아쉬움을 줬다. 국산 게임들의 공통적이 특징은 그래픽과 흥행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만 다른 부분에서 극히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전반적으로 평균이 크게 하락한 점이다. 이것은 해외 게임들과 완전히 반대되는 성향인 것으로, 앞으로 국내 개발사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독창적인 작품이 아쉬워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분야가 전문화되고 또 해당 분야에 필요한 전문가가 절실한 시대라지만 ‘게임’이라는 분야의 전문가를 찾기는 힘들다. 게다가 수십, 수백 시간의 플레이 시간으로도 하나의 작품을 평가하는데 모자라기 일쑤인 분야의 특성상 짤막한 글로 게임의 전부를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다.
본인 역시 미천한 경력에다 졸필에 불과한 입장이지만 지난 1년간 크로스리뷰를 통해 조명해 온 일련의 작품들은 플로피디스크 한 두장에 가득담겼던 10년전 게임들보다 평가가 수월했다는 느낌이다. 또 전문가들의 고견이 요구되는 작품이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고.
물론 적잖은 시간 동안 다양한 게임을 겪어오며 무신경해진 탓도 크겠으나 대부분의 게임이 10년전 시스템에 화려한 옷만 입혀놓은 듯한 분위기가 수월한 평가를 내리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독창성보다는 대중성을, 게임성보다는 화려함을 좇는 게임 형태가 결국 크기만 다른 붕어빵을 찍어내는 양상이 되버린 것이다. 이러한 폐해는 국산게임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며 그 결과가 이젠 개발업체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어쨌든 게임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2004년은 못다한 꿈과 함께 저물어가고 새해는 밝는다. 부디 2005년은 혹자들의 기대어린 시선처럼 매일 게임이나 하고 팔자 늘어져 볼 수 있는 작품이 등장하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게임은 절대 주관적인 것
어떤 한 작품을 평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리 많은 게임을 접해보고, 또 게임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평가한다고 해도, 그 평가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미’라는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생각해봤을 때, 그것은 대단히 상대적인 것이다. 이 세상에는 정말 많은 게임들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아예 재미없는 게임은 단 한 개도 없다. 단지 그 게임을 즐긴 사람이 거기에서 재미를 얻느냐, 그렇지 못 하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게임은 그 안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많고 어떤 게임은 그 안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적을 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장 고민을 많이 하고 쓰기가 까다로운 것이 바로 이런 리뷰다. 점수를 짜게 주거나 단점을 썼다고 해서, 그 글을 읽고 그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던 독자가 재미를 잃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나름대로 1년간 최대한 객관적인 시점에서 그 게임의 장·단점 그리고 게임을 즐기는 포인트를 짚어주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독자분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 모르겠다.
부디 나의 글이 어떤 게임을 구입하는 데 있어 구매의 척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저 어떤 게임을 좀 더 재미있게 즐기는데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리뷰`라는 이름으로 쓰는 나의 졸필의 가장 큰 효용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 써나갈 크로스 리뷰도 이런 방향으로 써나가려 한다. 독자분들도 그런 의미로 글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창조적인 고통이 없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영화는 아무리 어렵고 지겨운 작품이라도 2시간이면 땡친다. 어떤 미친 영화는 런닝타임 4시간을 넘기며 관객의 고통을 즐기지만 그것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하지만 게임은 다르다.
아무리 용량이 작고 볼품없이 만들어도 플레이 타임의 끝을 정확히 맺을 수 없다. 또 기절할 만큼의 덩치와 최신 기술을 사용한 그래픽이라도 게임이 재미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게임을 평가하고 그에 대한 글을 쓰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이 없다. 게임을 대충 플레이하고 쉽게 점수를 준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완벽한 오해다.
2004년 한해 동안 크로스 리뷰를 진행하면서 느낌 점은 딱 하나다. 창조적인 작품이 극히 드물다는 사실에 놀랐던 것이다. 특히 국산 게임들은 이런 경우가 매우 심해 게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관계자가 아니면 은근 슬쩍 넘어갈 타이틀이 적지 않았다. 이런 게임들은 용납이 안된다.
크로스 리뷰를 진행하면 왜 그렇게 점수가 낮은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이유는 게임을 예술 작품으로 보고 점수를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기가 있다고 해서 점수를 높게 주지 않으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5년에는 창조적인 예술 작품이 쏟아져 나오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내년에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국산 게임이 등장해 본인을 괴롭히기를, 진정 바라고 또 바란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