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우드플레이스에서 개발한 ‘킹 오브 복서’는 8방향 조이스틱에 세 개의 버튼, 모노 사운드로 중무장(?)한 최신 복싱 게임이다. 링을 넓게 디자인해 화면 전체를 스테이지로 활용했으며 간혹 화면에 나타나는 진지한 심판의 모습이 약방의 감초처럼 재미있었던 작품이다.
이 게임은 폭탄맞은 파머 헤어 스타일에 콧수염을 기른 전형적인 북미 복서가 등장해 주로 두터운 입술의 흑인 선수들과 대결을 벌이는 타이틀이다.
그러나 잽과 펀치를 날리는 진지한 모습에 비해 주먹을 맞고 얻어 터지는 선수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묘사돼 유저들의 인기를 한 몸에 모았다. 훅이나 스트레이트를 맞으면 큰 머리들이 좌우로 휘청거리고 카운터를 맞으면 슬로우로 묘사되며 천천히 날아간다.
세 개의 버튼은 잽과 스트레이트, 훅만 존재하는 단순함의 극치였고 특별한 전략이나 손놀림이 필요없는 게임 플레이가 밋밋하지만 묘한 긴장감과 코메디에 가까운 묘사로 인기가 높았던 게임이다. 그러나 인공 지능이 생각보다 높아 스테이지가 넘어갈수록 상대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 챔피언 먹기가 쉽지 않다.
아쉽게도 이 작품은 후속작이 없었고 우드플레이스도 이를 마지막으로 역사에서 사라지고 말았으니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카트라이더’나 ‘당신은 골프왕’ 등 쉽고 간단한 아케이드 게임들이 온라인으로 성공하는 것을 볼 때, 비슷한 성격의 이 게임도 온라인화한다면 국내외 유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