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저그들의 `대반란`

‘아이옵스 스타리그’에 초반 저그 돌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 17일 시작한 4개조 첫 경기 결과, 모두 저그가 승리했다. 질레트스타리그 챔피언 박성준(이고시스 POS)은 직전 대회인 에버스타리그 챔피언 ‘괴물테란’ 최연성(SKT T1)을 잡고 챔피언 대 챔피언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변은종(소울)은 프로토스의 마지막 희망인 영웅토스 박정석(KTF매직앤스)을 무너뜨렸고, 박태민(GO)은 불꽃테란 변길섭(KTF매직앤스)의 불꽃을 꺼 버렸다. 저그 대 저그가 맞붙은 홍진호와 신정민의 대결에서는 홍진호가 1승을 챙겼다.

이들 4명의 저그는 모두 지난 대회에서 약속이나 한 듯 쓰라린 경험을 맛봤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박성준의 경우 전전대회인 질레트스타리그 우승자로서 1번 시드를 받고 지난 EVER스타리그에 출전했지만 8강에도 끼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우승자 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반짝 스타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만들었다. 트레이드 마크인 파상적인 공격 스타일도 우승 경험과 함께 다분히 수세적인 플레이로 변했다는 지적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올 상반기까지 만해도 한물간 선수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이렇다할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던 박태민은 오랜 공백기간에 이은 데뷔 이후 자신만의 독창적인 플레이스타일을 찾지 못해 고민해왔다. 박태민의 부활은 지난 KT-KTF프리미어 리그부터 시작됐다. 상대의 의도를 꿰뚫는 정확한 타이밍의 공격 및 빌드에서 이전과 다른 한 단계 레벨업 된 실력과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변은종 역시 지난 대회 16강전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바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변화가 없는 예전 그대로의 전략에 이은 플레이로 소속 소울팀의 간판 선수이면서도 제 몫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홍진호의 경우 ‘임진록’으로 불리는 지난 대회 준결승 임요환과의 대결에서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3대0으로 완패한 쓰라림을 맛봤다. 챌린지 예선으로 밀린 이후 절치부심하며 복귀한 스타리그에서 승승장구하며 4강까지 진출했지만 결국 임요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우승에 대한 홍진호의 열망은 결승전에서 눈물을 흘린 테란 황제의 아쉬움 못지 않았다.

이들 저그의 초반 돌풍은 한마디로 ‘저그스럽다’로 표현된다. 예의 저그다운 공격적 플레이가 먹혀들었고 저그는 역시 저그다워야 잘한다는 뜻이다. 4명 모두 초반부터 후반까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파상적인 공격 플레이로 승리를 따냈다. 폭발적인 물량으로 보는 사람까지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최고의 병기 저그의 카니발이 시작됐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