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이야 말로 포커의 실력을 가름하는 바로미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번의 베팅에 의해 엄청나게 큰판을 이길 수도 있고, 영양가 없는 헛장사로 끝날 수도 있다. 또 한번의 잘못된 베팅이나 콜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고, 거의 피해 없이 막아낼 수도 있다.
베팅이란 항상 앞에서 이끈다고 해서 절대로 잘하는 베팅이라 할 수 없으며, 또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확실한 카드가 아니면 승부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적재적소에 정확한 판단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 베팅이다. 그래서 포커게임에서 정확한 베팅 요령을 숙지하는 것은 승률과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포커의 본고장인 미국의 게임룰에는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룰이 한가지 있다. ‘노리미트’ 베팅방식이다. 노리미트 베팅방식은 말 그대로 테이블 위에 있는 돈은 언제든 전부 걸 수 있는 룰이다. 다시 말해 4구에 10달러를 베팅했다가 5구에는 5만 달러를 베팅해도 상관없다. 따라서 이 방식의 게임은 한순간에 승부가 뒤바뀌어 버리는 짜릿함과 동시에 위험성을 갖고 있다. 이 노리미트 베팅과 관련해 벌어졌던 세계포커대회의 재미있었던 일화 한 가지를 소개한다.
1980년 세계포커선수권대회 결승전 때의 일이다. 본선에 오른 73명의 참가자가 모두 탈락하고 2명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한 사람은 두 번이나 세계포커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을 갖고 있는 전설적 강타자 ‘도열 브런슨’이었고, 또 한 사람은 뉴욕에서 떠오르는 별로 이름을 날리던 ‘스튜 엉거’ 였다.
운명의 마지막 판이 벌어지기 전까지 도열 브런슨은 상대보다 2배 이상 많은 칩을 확보해 거의 우승이 확실시되던 시점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6구까지 좋은 패를 가지고 있던 브런슨은 많은 돈을 베팅할 수 있었지만 상대를 죽이지 않고 끌고 가기 위해 적당한 금액만 베팅하면서 스튜 엉거를 유혹했다. 그러자 스튜 엉거는 순간 많은 생각과 계산을 했다. 그 결과 ‘내가 마지막에 원하는 카드를 뜰 확률은 약 12분의 1 정도로 희박하지만 만약 뜨기만 한다면 배당은 14.5배가 된다. 지금은 콜을 하고 승부를 걸만하다’ 라는 결론을 내리고 과감하게 콜을 했다. 물론 여기서 14.5배의 배당이라는 것은 스튜 엉거가 원하는 것을 뜨고 베팅을 했을 때, 브런슨이 콜을 하며 따라주었을 경우의 배당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엉거의 기대가 거짓말 같이 적중해 엉거는 마지막에 원하는 카드를 띠웠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금액을 걸었다. 브런슨은 장고 끝에 콜을 했고 승리는 엉거에게 돌아갔다.
다음 해에 캘리포니아의 가드나에서 열린 포커세미나에서 브런슨은 ‘더 많은 금액을 베팅해 엉거가 아예 못 들어오게 했어야 했다. 적은 금액을 베팅해 엉거로 하여금 계산할 기회를 준 것이 잘못’이라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하지만 또 다른 겜블러들은 ‘브런슨이 잘못했던 엉거가 베팅했을 때 좀더 신중하고 냉철하게 생각하지 않고 콜을 했던 것’이라며 다른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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