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봉의 영화사냥]폴라 익스프레스

북극행 특급열차를 타고 벌어지는 모험 이야기 ‘폴라 익스프레스’는 아카데미의 영웅 톰 행크스가 기차의 차장과 소년, 소년의 아버지, 산타, 떠돌이까지 각각 다른 목소리와 표정 및 동작으로 1인 5역의 목소리 연기와 동작을 해야만 했다.

로버트 저매키스 감독은 퍼포먼스 캡처를 이용해서 영화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그는 톰 행크스가 아카데미상을 두 번째 받은 ‘포레스트 검프’를 감독했고 ‘캐스트 어웨이’를 만들었다. 그 이전에는 ‘백투더 퓨처’ 시리즈의 감독이었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크리스마스이브에 한 소년이 잠에서 깨어 산타클로스가 찾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소년 앞에 다가온 것은 북극행 특급열차. 사슴들이 끄는 눈썰매를 타고 산타가 온 것으로 생각한 소년은 잠옷에 슬리퍼 차림으로 집 앞에 나갔다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기차에 동승한다.

1985년에 처음 출간된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원작 동화는 현실과 꿈의 경계를 연결하며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켰다. 소년이 타고 있는 기차는 성인으로 가는 일종의 통과의례다. 우리는 누구나 미성년의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면서 어른이 된다. 자아에 대해 눈뜨고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확인하면서 상처도 받고 꿈의 소중함도 생각하면서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폴라 익스프레스’는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여행의 종착지인 북극에 가면 산타클로스들을 만날 수 있다. 단순히 산타클로스를 직접 만나러 가는 여행기가 될 수도 있지만 이 원작이 갖고 있는 힘은 내면의 성찰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세상에 대해 눈뜨는 통과의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 한 산타클로스도 북극의 마을들도 혹은 나의 꿈들도 허공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

새로운 모험 앞에서는 누구나 망설이게 되지만 가장 중요한건 아직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품는 것보다 직접 그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열정과 믿음이 없으면 인생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의 상징이고 크리스마스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야말로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날이다. ‘폴라 익스프레스’가 더 큰 여운을 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이런 주제를 자아 성찰의 통과의례를 상징하는 북극행 특급열차를 통해서 표현했다는 것이다.

정신없이 요동치는 기차 위에 올라타면 정말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박진감과 흥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3차원으로도 만들어져 아이맥스 영화관에서도 개봉하는데 아이맥스로 보면 기차가 북극에 도착하기까지 전속력으로 달리는 장면에서는 대단한 흥분과 쾌감을 자아낼 것이다. 그러나 원작의 매력과 향기는 거대한 화면으로 옮겨지면서 많이 사라졌다.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의 단점은 우리들에게 울림 있는 환상을 제공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영화 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 s2jazz@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