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위 위원의 뇌물 수수 사건이 공개되자 게임업계는 일단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영등위 심의의 일관성없는 판정이나 자의적 해석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지만 검은 거래와 같은 모순까지 떠안고 있는 줄은 몰랐기 때문에 뒤통수를 맞은 것같은 느낌이라는 반응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심의제도가 얼마나 허점이 많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겠느냐”며 “이번 구속 사건은 영등위 운영구조의 헛점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라고 성토했다.
또 다른관계자는 “그동안 위원들의 전문성 시비만으로도 적지않은 잡음을 양산했는데 이제는 도덕성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같아 안타깝다”며 “영등위가 뼈를 깎는 고통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뢰사건의 특성상 뇌물을 제공한 게임업체에도 문제가 있는 만큼 업계의 자성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여야 하는 시기에 게임업계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져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게임이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영등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심의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최근 입법추진중인 ‘게임산업의진흥을위한법률제정안’에서도 문화관광부장관이 게임물 등급분류기관을 지정하거나 취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등 심의권한의 민간이양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추세다.
이와 관련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훈 국장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지만 이를 바람직한 게임심의에 대한 여론을 모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게임이 하나의 작품성격을 가진 문화콘텐츠라면 점에서 장기적으로 심의를 민간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심의를 맡을 민간의 역량이 부족하고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만큼 과도기적 제도에 대한 공론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실정을 감안할 때 정부와 사업자, 이용자가 협조해 심의를 진행하는 합의모델이 필요하다”며 “미국 ESRB이나 호주의 온라인 서비스법처럼 정부가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민간이 이를 토대로 심의를 진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