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게임이 나오다 보니, 게임의 기조를 잡는 메인 아트워크가 중요해 졌어요. 특히 콘솔게임의 경우는 성격과 시나리오를 갖춘 캐릭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캐릭터가 많이 부각이 되죠. 덩달아 게임일러스트라는 직업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소프트맥스의 콘솔프로젝트팀 캐릭터 파트장인 김형태(27)씨는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벌써 경력 6년의 베테랑 게임일러스트레이터로 통한다. 게임일러스트레이터는 게임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컨셉아티스트에서부터 캐릭터 디자이너 및 몬스터와 배경 디자이너, 설정원화가 등 게임 그래픽과 관련한 모든 직업을 포함한 신 직종이다.
그는 중앙대 시각디자인학과에 96학번으로 입학했다가 1년만에 휴학을 하고 일찌감치 게임에 입문, 지금까지 게임 그래픽과 관련한 업무를 해왔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학교에서 제적된 상태. 그는 중년이 돼서 재차 향학열을 불태우겠노라고 벼르고 있다.
소프트맥스와는 98년 PC게임인 ‘템페스트’의 후반 작업에 참여하면서부터 인연을 맺었다. 그 이듬해인 99년에는 아예 소프트맥스로 적을 옮겨 ‘창세기전3’의 그래픽을 전담했다. 특히 PC게임인 ‘마그나카르타’부터는 그래픽뿐 아니라 게임제작 전반에 참여, 본격적인 게임일러스트레이터의 역할을 해왔다. 특히 그는 지난 9일 시상식을 거행한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캐릭터 부문의 기술·창작상을 수상하면서 최고의 게임일러스트레이터로 인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 여친과 바꾼 일
교대앞 소프트맥스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더벅머리에서부터 그림쟁이 냄새가 났다. 그렇지만 자유분방하면서도 깔끔한 차림새는 다른 분야 개발자들과는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게임 개발자들의 경우 보통은 잇단 밤샘작업으로 초최해진 모습을 보이기 일쑤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매너는 지키고 싶어요. 아예 집을 회사근처로 옮겨서 밤을 새워 일할 때도 집에 가서 씻고 와요.” 사실 그는 이렇게 부지런을 떨어서라도 외모에 신경을 썼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때문이었다.
그는 회사의 첫 콘솔게임인 ‘마그나카르타:진홍의성흔’ 개발에 참여하면서 거의 3년 가까이를 그렇게 일했다. 그러다 보니 여자친구와도 헤어지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에게는 다른 무엇보다도 일이 우선이었다. “제가 맡은 타이틀을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어요.” 사실 그는 지난 몇년간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에 매달렸다. 지난주 일요일 하루를 쉬었는데, 몇년 만에 휴일을 되찾은 것인지 모를 정도다.
“일은 가장 즐겁게 할 때 최상의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이 게임일러스트로 나서게 된 배경을 “원래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게임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가장 진보된 형태의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예요. 특히 게임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매체라 더욱 매력적이었죠.”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그림은 빼어나게 잘 그리지 못하지만, 게임에 맞게 최적화시키는 게임일러스트로서는 초창기 멤버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게임 캐릭터를 독자적인 브랜드로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자부심이었다.
# 캐릭터에 담아 낸 동양적 세계관
“독창적인 동양적 세계관인 ‘깨달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콘솔게임인 ‘마그나카르타:진홍의성흔’에서는 어떤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냐는 질문에 그는 짐짓 철학적인 답변을 해왔다. “서양풍의 게임에서는 방어구가 점점 두꺼워지고 칼이 커지면서 캐릭터가 강해지는 반면 동양풍의 게임에서는 장비에 의존하기 보다는 캐릭터 자체에서 풍기는 이미지로 고수와 하수가 나눠져요. 똑같은 칼을 들어도 고수는 강하다는 느낌을 풍기죠.”
그의 설명이 길게 이어졌다. “‘마그나카르타’는 MMORPG와는 달리 성격과 시나리오를 가진 캐릭터가 존재해요. MMORPG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캐릭터에 자신의 성격을 담아서 키우지만 콘솔게임과 같은 스탠드얼론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그렇지 않아요. 주어진 캐릭터의 성격에 맞게 따라가거든요. 그런 캐릭터의 성격과 게임내에서의 역할 등이 그래픽에 그대로 녹아들어야 해요.”
그러면서 그는 “시나리오와 테마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잇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초기 기획단계부터 게임 제작에 적극 참여한다. 기획에 필요한 그림의 방향을 설정하고 풍과 시대상 및 트렌드를 고려해야만 게임과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엔 그가 맡은 역할도 원화 디자인에서부터 게임 일러스트 및 3D 캐릭터 모델링과 매핑, 캐릭터 제작 관리 등 구현을 위한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실무로 넓어졌다. “한마디로 잡부죠 뭐.” 자신을 그래픽과 관련한 잡부라고 표현할 정도로 일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는 그의 꿈은 세계무대에서도 인정받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것이었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