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04년 결산 기자탐방

(방담참석자: 김병억부장, 이중배차장, 김순기기자, 황도연기자, 장지영기자, 임동식기자, 김태훈기자, 김성진기자, 한윤진기자)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참여정부의 수도이전 계획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등 올 한해는 그야말로 파란의 연속이었다. 충격적인 사건과 뉴스가 한해 내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게임 시장 역시 마찬가지. 굴직한 뉴스들이 더게임스 지면을 장식했다. 덕분에(?) 더게임스 취재진은 각종 소문과 정보를 좇아 현장을 누비며 여러차례 특종을 발굴하며 맹활약했다.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를 기자방담을 통해 되돌아봤다. 편집자

 

 사회<김병억 부장>=아마도 올 게임시장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하는 단어는 ‘다사다난’일 것 같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는 얘기지요. 다만 밝고 희망찬 뉴스보다는 비교적 어두운 뉴스가 더 많았던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사안이 사안인만큼 액토즈의 샨다 매각부터 얘기를 시작해 볼까요.

 

 <영>=액토즈건은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주식을 어디에 매각하느냐가 문제될게 없다고 하겠지만 ‘왜 하필이면 샨다여야 했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우리가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는 환상에 안주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습니다.

 

 <진>=최근 중국으로 떠나는 개발자들이 무려 100명을 넘어 섰다는 설이 있습니다. 액토즈가 중국쪽에 넘어감으로써 앞으로는 이같은 일이 더욱 심화될 것이 자명합니다. 게임 인력 유출을 더는 수수방관해서는 곤란할 것 같습니다.

 

 <배>=맞습니다. 액토즈 매각은 개인은 엄청난 부를 창출했을지 몰라도 우리 게임산업엔 엄청난 마이너스입니다. 리딩업체 대주주들도 이젠 개인의 부보다 국가나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그러고보니, 올해는 이종현, 방준혁 등 주식매각을 통해 ‘갑부’들이 많이 탄생해 주위의 부러움과 시기를 동시에 받았네요.

 

 사회=‘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얘기좀 해볼까요. ‘WOW’ 돌풍에 온통 게임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는 듯한데, 사실 걱정이 앞섭니다. 예상을 뒤엎은 ‘WOW’쇼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참 많던데요.

 

 <영>=오픈전부터 어느정도 예상한 일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돌풍’을 몰고올 줄 사실 몰랐습니다. 하지만, 외국 온라인게임이 한국에서 성공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결과는 두고봐야겠지요. 오픈베타때 대박을 치다 막상 유료화 때 ‘쪽박’ 찬 게임이 어디 한 두개입니까.

 

 <훈>=‘WOW’돌풍은 게임퀄리티가 높아서이기도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블리자드의 향수를 갖고 있는 올드팬들이 기여한 바가 참 많습니다. 문제는 ‘WOW’로 인해 국내 유저들의 눈이 너무 높아질 것이란 점입니다. 이렇게되면 후발 게임사의 개발 및 마케팅 코스트가 올라갈 것이 자명합니다.

 

 <배>=허긴, ‘WOW’쇼크로 인해 MMORPG를 개발해온 국내 중소 개발사들이 퀄리티를 높이느라 서비스 일정을 연기하는 등 후유증이 심하더군요.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속셈이지요. 그럼에도 ‘WOW’돌풍과는 무관하게 동접이 상승하며 더욱 빛을 내고 있는 ‘카트라이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진>=‘WOW’도 더 두고봐야겠지만 이래저래 내년엔 해외 온라인게임이 기승을 부릴 것 같아 걱정입니다. 특히 일본은 정서가 우리와 비슷하고, 대작 온라인게임이 잇따라 오픈을 앞두고 있어 우려됩니다. 코에이의 ‘대항해시대온라인’은 ‘경계1호’라는 지적입니다.

 

 사회=국내 게임시장도 이제 본격적인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로 진입하는군요. 그나저나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MMORPG 의존도가 좀 낮아진 것은 고무적인 일 아닐까요.

 

 <훈>=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MMORPG가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오늘을 만든 것이 사실이지만, 게임 저변 확대와 균형 발전을 위해선 다양한 장르가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MMORPG를 하면 그래도 ‘기본은 한다’란 잘못된 인식은 반드시 개선돼야 합니다.

 

 <진>=캐주얼게임의 성장은 주목해야 합니다. MMORPG에 비해 비용도 적게 들지만, 캐주얼 게임의 수익성이 괜찮아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장은 냉정합니다. ‘카트라이더’나 ‘팡야’ 같은 캐주얼 게임이 대박을 치면 좋은 게임이 많이 뒤를 이을 것이며, 유저들이 몰리게 돼 있습니다.

  

 <영>=‘카트라이더 돌풍’은 심층 분석해볼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대 시즌은 겨울방학엔 7년째 인기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스타크래프트’의 아성까지 넘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덕분에 게임포털시장까지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합니다. 정말 10대 초딩들의 영향력이 무섭습니다.

 

 <배>=한가지 걱정은 과거에 MMORPG시장이 그랬듯이 캐주얼이 돈이 된다고 하니까 많은 ‘유사품’들이 쏟아져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골프, 레이싱 등 일부 장르에선 이미 그런 조짐이 보입니다.

 

 사회=게임시장이 이렇게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정부나 시민단체는 너무 규제에 대한 칼날만을 높이는 것은 아닙니까. 등급문제도 그렇고 정통윤의 사후관리도 게임업체들의 발목을 잡았지 않습니까.

 

 <영>=‘리니지2’에 대한 정통윤의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을 사실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미 18세 이상가를 받아 청소년들이 할 수 없는 게임을 ‘유해물’로 판정하는 것은 ‘두번 죽이는 일’이지요. 규제도 좋지만, 일관성이 없는 규제는 산업의 뿌리를 흔든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배>=정통윤의 판정은 정치적인 이유가 작용했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문화부와 게임주무부처 헤게모니 다툼을 벌이는 정통부가 정통윤을 내세워 게임업체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히든카드’란 얘기지요. 고래싸움에 새우등만 터지는 꼴이지요.

 

 <기>=영등위 심의 시스템이 문제입니다. 도무지 등급에 대한 일관성이 없이 자주 기준이 흔들립니다. 영등위원들의 자질 문제도 심각합니다. 전문성 결여야 어제오늘일이 아니지만, 최근엔 일부의원이 비리가 불거지자 영등위가 게임등급 심사 이전에 심의위원들의 등급을 먼저 정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우스개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회=너무 어둡고 우울한 얘기만 한 것 같은데, 을유년 새해를 앞두고 이제 좀 밝고 건설적인 얘기좀 하시지요. 사실 올해 게임산업에 희망적인 뉴스도 많았잖아요.

 

 <영>=그렇습니다. 우선 수출이 급성장한 것이 희망적입니다. 한류 바람을 타고 국산 게임들이 세계 시장을 마음껏 누볐습니다. ‘라그나로크’는 세계 21개국을 석권했으니까요. ‘라스트카오스’ ‘RF온라인’ 등 편당 수출계약액이 1000만 달러를 넘는 게임도 속출했구요.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렇게 수출이 급증하는데도 정부의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은 영화나 다른 콘텐츠에 크게 못미친다는 점일 것입니다.

 

 <식>=수출 얘기하니까 모바일도 올해는 수출 성적표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컴투스, 게임빌 등 선발기업들이 미국 등 선진국에서 큰 성과를 보였습니다. 엠포마 등 해외 퍼블리셔가 본격적인 한국 모바일게임 사냥에 나선 것이 이를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것이지요. 최소한 모바일과 온라인은 우리가 해볼만한 플랫폼인 것 같습니다.

 

 <훈>=그렇긴 한데, 일부 업체들이 여러가지 옵션이 붙은 경우까지 수출 규모에 포함하는 뻥튀기식 발표가 많아 아쉬움이 많습니다. 많은 업체들이 실제 수출 실적과 ‘홍보용’을 따로 정할 정도입니다. 여기에 중국을 필두로 불법서버가 기승을 부려 수출 전선에 빨간등이 켜진 점을 결코 간과해선 안됩니다.

 

 <연>=콘솔시장이 오랜 가뭄에서 헤어날 기미를 보였다는 것도 반가운 소식입니다. 특히 PS2 보급량이 1백만대를 돌파하고, ‘킹덤언더파이어’ ‘마그나카르타’ 등 콘솔게임이 해외서 대박을 친 것은 의미가 아주 큽니다. 콘솔시장은 더 이상 볼모지가 아님을 입증한 것입니다. 콘솔산업의 중흥은 게임 3대 강국의 희망을 쏘는 필요충분조건입니다.

 

 <진>=맞아요. PSP, 닌텐도 DS 등 휴대형 콘솔의 등장과 콘솔이 네트워크로 맞물리면서 앞으로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입니다. 이미 국내 많은 업체들이 휴대형 콘솔은 물론 ‘X박스2’ ‘PS3’용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온라인게임만 갖고는 진정한 게임강국이 될 수 없습니다. 온라인은 아직 세계시장에선 ‘비주류’입니다.

 

 사회=올해는 참 e스포츠가 붐업을 이룬 한해라 생각합니다. e스포츠 활성화는 G세대 저변이 그만큼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일일텐데. 

 

 <기>=SK텔레콤과 팬택&큐리텔이 가세해 프로게임 판도가 기존 삼성, KTF와 함께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등 e스포츠가 붐업을 이룬 것은 확실합니다. 정부도 제 2기 ‘한국e스포츠협회’를 출범시키고, 내년부터 3년간 140억원을 투자, 전용 구장을 건설하는 등 장기발전 로드맵을 발표해 내년엔 더욱 기대됩니다.

 

 <식>=e스포츠 붐을 보면 슈퍼스타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임요환 등 일부 스타 프로게이머들이 e스포츠계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입니다. 임요환이 결승전에서 석패해 눈물을 흘리자 ‘황제의 눈물’이라 이름이 붙여질 정도니까요. 일부지만, 프로게이머의 팬클럽맴버가 톱스타 연예인에 버금간다는 것은 의미가 큽니다.

 

 <영>=그렇다고 너무 ‘스타리그’ 중심으로 흐르는 것은 길게 보면 문제입니다. ‘스타리그’가 가장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긴 합니다만, 다양한 종목을 육성해야 질적인 발전이 가능합니다. 야구가 제일 인기있다고 농구나 축구 등 다른 종목을 방관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배>=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유저들의 게임 취향은 매우 다양합니다. 현재 e스포츠는 ‘스타리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습니다. 특히 일부 케이블 방송사 위주의 편성도 개선돼야 합니다. ‘온라인 게임종주국’이니, ‘게임강국’이니 구두선만 요란하지말고, 이참에 국산 게임을 e스포츠의 대표 플랫폼으로 집중 육성해보면 어떨까요.

 

 사회=지난 한해를 돌이켜보니, 한국 게임산업이 아직도 본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습니다. 항상 특정 산업이 성장할 때는 시행착오가 많은 것이니까요. 그러나 우리에겐 희망이 있습니다. 거의 맨땅에서 게임강국으로 올라선 저력이 있지 않습니까. 2004년을 거울삼아 우리 게임업체가 다시한번 허리띠를 졸라맨다면 을유년 새해에는 더욱 희망적인 뉴스만 가득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